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0년 지기인 둘은 오누이처럼 서로를 바라봤다.
"20년 전부터 자서전 제안을 받았지만 쓸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주위에서 영남이한테 맡기자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동요했죠. 영남이랑 같이 하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오늘 책을 받으니 기쁘고 감회가 새롭네요."(패티 김)
"패티 김은 동료이자 원수 같은 관계죠. 사람들은 '패티 김과 조영남을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항상 제 앞에 패티 김이 따라왔죠. 이분이 안 없어지나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끝내 이분의 자선전을 냈네요. 제가 이제껏 총 19권의 책을 썼는데 가장 재미있어요."(조영남)
지난해 7월 은퇴를 결심한 패티 김은 조영남을 한 냉면집으로 불러내 자서전 제의를 했다. 그 뒤 둘은 5개월간 매주 2회씩 서울 청담동 조영남의 응접실에 모여 '시간의 테잎'을 되돌렸다.
"자서전은 보통 타인이 쓰죠. 그런데 얘기를 듣다 보니 패티 누나가 얘기를 정확하게, 재미있게 했어요. 표현도 풍부하고. 그래서 육성을 옆에서 듣는 듯 그대로 기록하기로 했죠."(조)
책에는 패티 김이 1950년대 트럭을 타고 노래를 부르던 초창기 시절부터 화려하게 은퇴한 지난 2월까지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영남은 시대 상황과 인물을 설명하는 각주를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패티 김이 "책에 인생의 90%를 털어놨다"고 말하자, 조영남은 "주변인물들이 살아 있어서 60%만 얘기했다. 나머지는 질문하면 안될 것 같아 피했다"고 되받아쳤다. "아니야. 영남이야 숨길 게 많지만, 난 그렇지 않아!" 패티 김의 재치 있는 답변에 조영남은 얼굴이 빨개졌다.
기자회견 내내 둘은 어린아이처럼 티격태격했다. 자서전 표지는 패티 김의 당당하고 성숙한 현재의 모습을 실었다. "아니 25년 전 전성기 때 사진을 쓰자니까 이게 뭐예요…." 조영남이 못내 아쉬워하자 패티 김은 "이봐요. 나는 아직도 전성기"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패티 김은 지난 2월 공식 은퇴했지만 화려함은 여전했다. 이날 가슴이 깊이 파인 옷에 호피무늬가 새겨진 부츠를 신은 그녀지만 이달
손주 얘기에 싱글벙글하던 패티 김은 "그래도 할머니 소리는 우리 손주한테 들어야지, 다른 사람이 부르면 따귀 맞는다"고 새침하게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평소 패티 김을 존경하는 인순이가 참석해 꽃을 전달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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