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량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라켓을 잡고 몇 번 손동작을 하는 게 아니다. 일반인들이 보면 보이지도 않는 것 같은 공의 낙하 위치를 재빨리 파악해 쳐낸다. 랠리가 이어지면 어느새 이마를 비롯한 얼굴은 물론 머리카락까지 땀범벅이다. 에너지 소모량이 엄청나다.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코리아’에서 승리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안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어떻게 담아냈느냐가 이 영화의 평가 잣대다. 46일,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에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영화는 이념과 사상, 문화가 다른 남과 북이 으르렁 거리다가 진정한 하나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빤하게 감동의 눈물을 훌쩍이게 할 것이라고? 그렇게 단순히 생각하는 우를 범하진 말라. 문현성 감독은 첫 연출작임에도 감동 코드와 흥미를 끌만한 포인트를 잘 알고 살려냈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도 클라이맥스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려 애써야 하리라. 경기 장면에서는 탁구공 소리로 청각을 자극시켜 긴장감을 극대화해 몰입시킨다. 남북 선수인 최연정(최윤영)과 최경섭(이종석)의 애틋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용한 재간도 보통이 아니다.
배우들은 몇 개월 동안 기마자세를 기본으로 힘든 훈련을 했다. 천하의 하지원을 처음으로 하차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 영화다. “관심도 없었는데 영화를 통해 통일을 꿈꾸게 됐다”는 하지원의 말마따나 통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할 만하다.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된 것들, 혼란을 느끼다가 동질감을 느끼는 선수들의 모습이 특히 인상 깊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두나는 엄지를 치켜세울 만하다. 하지원이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을 만나 과거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과 달리 배두나는 리분희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절제된 감정, 덤덤한 표정, 눈빛이 소름 돋는다. 경기 외에 리분희의 모습을 우리는 본적이 없지만 ‘실제 그의 모습이 배두나와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의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세련되거나 수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영화는 진정성으로 단점들을 보완한다. 헤어짐이 아쉬워 몸부림치는 남북의 아들과 딸들로부터 분단의 아픔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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