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펀드매니저 출신 배우가 화제가 됐다. 영화 ‘만추’ 속 탕웨이(33)의 옛 연인이라는 점, 중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데 알고 보니 한국인이라는 것도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제게 사춘기가 늦게 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모님을 서운하게 했지만요. 증권계에서 일하며 ‘부모님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효자구나’라고 생각 했어요. 그러다가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부모님이 반대를 하셔서 조금 아쉬웠어요. 일종의 반항을 하며 말다툼을 벌이던 때가 많았죠.”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을 표현할 분출구가 필요했다. 젊음을 불태울 수 있는 것을 찾고자 할 때, 지인이 감독을 맡고 있는 뮤지컬에 출연을 하게 됐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그 때가 2001년이니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후 CF와 영화 등 작품 출연이 이어졌다. 드라마 ‘로비스트’, 영화 ‘어깨 너머의 연인’ ‘작전’ 등에 얼굴을 내밀었다. 승승장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게 연예계다.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던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라”고 다시 반대했다. 물론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 마음을 그는 안다.
“일단 ‘만추’가 잘 돼 너무 좋아요. 촬영 때 배운 게 많았어요. 탕웨이가 진지하게 연기를 해주니깐 상황에 빠져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감독님이 뭐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더라고요. ‘빠담빠담’은 노희경 작가님이 제 역할이 악역인데 순수하게 생긴 사람이 연기하면 독특할 것 같다고 해서 출연하게 된 거예요.”(웃음)
김준성은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홍콩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웨이크포레스트 대학교에서 철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연기 학원에서 수업을 몇 달 들은 게 전부다.
그는 “현장에서 더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제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이 알게 되더라고요. 약점이나 단점, 장점도 알게 되니깐 이제 뭘 해야 하는 지 아는 거죠. 나름대로 익숙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는데 그게 안일한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죠. 자극이 됐고 반성도 하게 됐어요.”
결국 액션 영화 ‘이노센스 블러드’와 섹스 코미디 ‘화이트 온 라이스’ 등에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기회를 잡았다. 물론 할리우드 메인 시스템으로 제작된 작품은 아니다. 소규모로, 이를 테면 우리나라의 독립영화계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는 “메인 상업 영화에서 잠깐 나오는 것보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다 할 수 있어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며 깨달은 게 있다면 “미국은 섣불리 도전해서 성공할 나라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물론 도전을 포기 하지는 않는다. 한국과 중국에서 작품 활동을 병행할 것이고, 계속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겠단다.
어렸을 때 돈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는 김준성. 아버지가 괜찮은 회사를 다녔고, 사업도 했다. 자신은 억대 연봉자이기도 했다. 벌어놓은 것도 꽤 됐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수입은 편차가 심했다. 이제는 “벌어놓은 것을 까먹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래도 돈에 대한 욕심보다 일에 대한 열정이 더 크다. 부모님과 동생 등 가족과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인 엘바나 레인(30)을 책임지고 싶은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엘바나 레인은 중화권 모델이자 영화배우로, 한국에도 꽤 많은 팬이 있다. 지난해 케이블채널 코미디TV ‘그게 될 스타’에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두 사람은 2년 전 홍콩에서 작업한 한 작품을 통해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김준성은 결혼도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그는 “이제 결혼을 생각할 나이”라며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웃었다.
김준성이 연기자로서 바라는 건 한가지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과 20년이 지나도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시스템에 구애 받지 않고 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