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년차 신인 연기자 정다혜(24)가 조곤조곤 말을 이어갔다. 얌전한 듯 당찬 발언이 왠지 끌린다.
2010년 영화 ‘방자전’에서 감자하녀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정다혜는 최근 MBN 특별기획드라마 ‘사랑도 돈이 되나요’에서 묘령의 여인, 차은솔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중 은솔은 자기중심적인 4차원 캐릭터지만 마인탁(연정훈 분)을 짝사랑하는 마음에 폭로전까지 불사하는 저돌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 ‘내가’라는 표현 대신 ‘은솔이가’라고, 스스로를 3인칭화 하는 습관이 독특하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정다혜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처음엔 나도 오글거렸다. 주변에 은솔이 같은 애가 있으면 친하게 지내기 힘들었을 것 같다”며 큰 눈을 깜빡였다.
“워낙 실제 제 성격과 달라서 연기하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저는 눈치도 많이 보고 현실적인 편인데, 활발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세상 안에서만 사는 은솔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죠.”
하지만 정다혜는 “상대방에 집중을 잘 못하는 은솔이를 표현하기 위해 상대방을 보기보단 허공을 많이 바라봤다”고 밝히는 등 나름의 연기법으로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사실 중요한 장면인데다 선생님들도 많이 계셔서 겁을 많이 먹었어요. 촬영이 시작됐는데, 인탁을 연기하는 (연)정훈 선배 눈빛이 정말 무섭더라고요. 극중 은솔이 입장에서도 인탁의 그런 눈빛에 당황했겠구나 싶었죠.”
극중 가장 많은 씬을 함께 소화해낸 연정훈에 대해 정다혜는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면서도 “한참 웃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확 변하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다혜는 2000년대 초반 한창 붐이던 하이틴 잡지 모델로 활동하다 연기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긴 했지만 막상 본업이 연기자가 될 줄은 몰랐단다. 아직 막연한 두려움이 정다혜의 마음 깊은 곳에 잠재돼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지금은 하면 할수록 연기가 재미있는 거예요.” 정다혜가 말을 이었다. “아직은 배울 점이 많아서 100% 즐길 순 없지만 하고 나면 즐겁죠.” 이미 그녀도 천상 연기자가 된 듯 하다.
특히 지난해 출연작인 ‘뱀파이어 검사’는 조금 특별하다. 정다혜는 당시 자신의 캐릭터였던 수면장애 여성 세화를 통해 내면에 숨겨진 자신의 욕심을 발견했다고.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이건 아무도 못 하겠구나 싶었어요. 감독님께 ‘이건 정말 잘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욕심이 많이 났어요.”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천번의 입맞춤’나 ‘사랑도 돈이 되나요’ 모두 정다혜의 기존 이미지를 바탕으로 투입된 작품이다. 하지만 정다혜는 “이젠 나다운 것 말고 다른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보였다. 정통사극이나 고된 캐릭터 등 마다하지 않겠다 한다.
올해로 스물 다섯. 많은 나이 아니나 워낙 어린 나이부터 활약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조바심도 날 법 하다. 그래도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연기 그 자체의 재미를 찾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다.
‘사랑도 돈이 되나요’라는 짜릿한 현장 경험을 추가한 정다혜의 올해 목표는 남다르다.
“더 많이 배우고, 올해는 더 많이 깨져보는 게 목표에요. 그동안 너무 좁은 곳에서 예쁨 받으며 지냈구나 하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돼요. 누군가 그러시더라고요. 여배우는 예쁘면 안 된다고. 마냥 예쁜 역할이 아니라 여기저기 많이 부딪쳐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해서 속을 꽉 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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