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얄미울 수 없는 밉상 시누이였다가도 한 번 망가지면 제대로 망가져 준다. 또 멍석이 깔리기가 무섭게 숨겨진 끼를 본능적으로 불사른다. 코믹 본능이라는 평범한 표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남다른 그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할 정도다.
현재 사희는 SBS 주말드라마 ‘바보엄마’와 tvN ‘롤러코스터’에서 극과 극의 매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바보엄마’에선 진상남 박정도(김태우 분)의 여동생이자 김영주(김현주 분)의 손아래 시누이 박정은 역으로 시청자들의 미움을 듬뿍 받고 있다.
새언니의 명품 가방을 빼앗으려 방에 들어갔다가 하희라에게 된통 걸려 도둑으로 오해 받고 육탄 공격을 받기도.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사희는 드라마 속 인물에 대해 “철없는 아이 같은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백치미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극중 오빠인 박정도에 대해 한 마디 부탁하자 사희는 “내가 봐도 너무 얄미운데, 김태우 씨가 연기를 또 워낙 잘 하시지 않나. 본인이 봐도 얄밉다고 하시더라. 오빠지만 별로다”라고 손을 내저었다.
하희라와의 육탄전을 비롯해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하는 지금의 시간은 사희로서 즐거운 경험이다. “함께 촬영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하희라 선배님이 워낙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편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소리 지르고 울고, 올라타는 씬도 사실은 굉장히 재미있게 찍었죠.”
“망가질수록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깍쟁이 여우같은 외모인데 망가지니 그런 걸까요? 저 역시 망가지는 건 두렵지 않아요. 재미있게 잘 살아 나오면 더 좋지요.”
실제로 사희는 망가질수록 반응이 올라오는 케이스다. 그런 사희를 더욱 주목하게 한 사건 아닌 사건, 최근 실시간 검색어 1위의 쾌거를 일군 SBS ‘도전1000곡’이 바로 그것이다.
가수 케이윌과 팀을 이뤄 41대 왕중왕전에 나선 사희는 긴 생머리와 청초한 미모로 등장했다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완벽하게 랩을 구사한 것은 물론, 힙합댄스와 섹시댄스까지 선보이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하하. 워낙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재미있게 놀았을 뿐인걸요. 90년대 음악이 나오는데 도저히 가만히 못 있겠더라고요(웃음). 그런데 녹화 하면서는 제가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방송 보고 깜짝 놀랐죠.”
평소 클럽, 나이트에 가진 않는다는 사희지만 “최근 90년대 음악이 흘러나오는 클럽에 가봤는데 재미있더라”며 얘기만으로도 화색을 띠었다.
문득 학창시절 사희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졌다. “밝고 털털하고 명랑한 편이었어요. 성적은 중간 정도? 선생님들과 친하고 예체능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죠.” 그래도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선 레크레이션 조장을 도맡았다는 사희. 리더십도 끼도 충만했던 그녀다.
요즘 사희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화두는 일이다. “서른이 되니 일 욕심이 더 많이 생겨요. 아직 인지도가 확 올라간 건 아니지만 점점 자리잡아가는 느낌도 들고, 좀 편안해진다 할까요. 예전엔 조금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지금은 긍정적으로 변한 듯 해요. 서른부터 시작이죠 하하.”
영화 ‘툼 레이더’를 보면서 언젠가 저런 역할을 꼭 해보리라 다짐했었다는 사희. 해보고 싶은 역할은 수없이 많지만 MBC 드라마 ‘더 킹’의 하지원 같은 액션과 순수미가 가미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포부를 내비쳤다.
“예쁘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못 생겼다고 안 되는 거도 아니잖아요. 배우이건 사람이건 자기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쁘다는 칭찬도 감사하지만 ‘저 배우 매력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싶어요. 저 역시 노력할 거고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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