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박범신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정 감독 특유의 색깔을 덧입혔다. 2010년 출간된 소설은 박 작가의 문장력과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이 소설의 영화화는 원작 팬들의 관심을 촉발했다.
때문에 정지우 감독은 여러 가지를 고민했다. 은교를 조금 더 능동적인 존재로 표현했고, 서지우를 조금은 쪼잔한 인물로 보이게끔 몇몇 설정을 바꿔냈다. 그래도 인간의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심리 묘사가 뛰어난 건 당연. 박 작가가 정 감독에게 영화화를 허락한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소설과 조금은 다른 장치를 사용했다. 소설에서 이적요가 은교를 처음 마주한 장면에서 은교의 젖가슴에 그려진 창은 하늘을 날아가려는 한 마리의 새로 변했다.
자신의 짚 앞 데크에 잠들어있는 은교를 처음 만난 노시인은 어린 소녀의 가슴팍에 헤나로 그려진 창을 보고 많은 생각과 함께 호기심을 갖게 된다. 소설은 이때부터 이적요가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 표현을 섬세하면서 안타깝게 그렸다.
정 감독은 이에 대해 비슷한 의미를 불어넣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최근 기자와 만난 정 감독은 “텍스트가 가진 창이라는 함의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몰랐다”며 “의미가 같은 작용을 해야 했는데 사람들에게 모니터링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디자인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결국 날갯짓을 하려는 새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 “이적요의 집에 새가 날아들어 온 장면이 있다. 그의 일상에 문뜩 찾아온 은교 또한 그 새에 비유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털어놓았다.
주인공인 70대 노시인 이적요를 30대 배우 박해일이 맡은 데는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토로했다.
정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이적요 시인의 캐스팅을 누구로 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다른 것은 다 되는데 이적요 캐스팅 하나가 고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던 것은 이적요의 나이를 낮추고, 은교의 나이를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굳이 은교일 필요가 없었다”며 “그런 딜레마가 이 프로젝트의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결국 많은 이야기 끝에 박해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서지우 역할은 당초 다른 배우가 고려됐었다. 정 감독은 “결과적으로 실례한 케이스가 됐다”고 미안해했다. “8시간이나 걸리는 박해일씨의 분장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나머지 스케줄을 완전히 비워주지 않으면 안 됐다. 다른 분들의 나머지 스케줄을 배려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정 감독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분들이 영화에 발현된다고 생각한다”며 박해일과 김무열, 은교 캐릭터는 물론, 자신의 이야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김무열의 연기에 대해 “이적요에게 슬리퍼로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진짜 처럼 연기를 하더라”며 “‘선생님을 도와준 것 아니냐’고 하는데 내가 이적요라면 정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억울할 것 같더라. 김무열이 중심을 제대로 잡아줬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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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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