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얼굴로 울고 있을 때도 있었고, 아버지 역할로 부성애를 전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코미디’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때문에 많은 관계자들이 그에게 코미디 대본을 건넸다.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데뷔한 23년차 배우인 임창정. 수년간 코미디 작품에 주로 등장한 그에게 배우로서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를 전혀 다른 장르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스릴러 ‘공모자들’(감독 김홍선)이다.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기업형 장기밀매조직의 실체를 담은 작품. 중국에 만연한 장기밀매 괴담으로부터 모티프를 얻은 영화는 일반인이 장기 밀매의 희생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 눈길을 끈다. 임창정은 장기밀매총책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공모자들’에서 임창정식 웃음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 무거운 소재를 다뤘고, 공분을 일으킬 만하기도 하기도 한 영화다. 물론, 등장인물이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임창정은 웃음기를 쫙 뺐다. 0.001%도 없다.
임창정은 9일 중구 정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게 이제까지 이런 작품을 건넨 감독은 없었다”며 자신의 내재된 또 다른 면을 봐준 신인 감독에게 고마워했다. 때문에 조금은 불합리할 수도 있는 촬영 현장을 모두 견디었다. 열정을 자극했다고 할까.
한 신을 4일을 찍기도 했다. 17번의 테이크를 간 신은 몇 차례나 됐다. 15번이나 찍었는데 촬영이 마음에 안 든 감독 “한 번 더”를 요구했고, 임창정은 따랐다. 약간 안장걸음(발끝이 서로 마주보게 걷는)으로 걷는 임창정은 팔자걸음으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부산 사투리도 배우기 위해 촬영 전 부산에서 체류도 필수였다. 임창정은 “솔직히 4개월동안 감독에 갇혀있는 느낌이었다”며 “행동과 말투, 동작 하나하나 신경을 썼다”고 회상했다.
이어 “목구멍까지 욕이 나올 정도였지만 참았다”고 했다. 자신에게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감독이라고 판단했고, “최고의 영화를 만들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이 영화 안 되면 우리 서로 잡고 뛰어내리자”고 했을까.
임창정은 김 감독을 “천재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김 감독은 ‘대물’과 ‘스타일’ 등 인기드라마를 연출했던 오종록 PD 밑에서 배운 연출자. 실력도 있고 욕심도 많은 김 감독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담았다. 촬영이 끝나고 후반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가편집본을 본 임창정은 김 감독을 안았다. 그는 “고맙다”고 했고, 김 감독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티격태격한 앙금(?)은 그렇게 녹았다.
영화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설레발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기 잘하는 임창정의 첫 스릴러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상상이 안 된다면 포털사이트의 예고편을 검색해보시길. 하나 더 주목할 건 깜짝 놀랄만한 반전도 담겨있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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