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카라는 신곡 ‘판도라’(Pandora)에서 뒤돌아 재킷을 벗으며 등을 드러내는 포인트 안무를 선보인다. 그동안 깜찍하고 발랄한 노래를 주로 히트시키며 귀여움의 대명사였던 카라가 노골적으로 섹시함을 강조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티아라는 노래 제목부터가 ‘섹시 러브’(Sexy love)다. 무대의상이나 안무에서 특별히 성적인 면을 부각시키거나 노출이 있지는 않지만, 노래 내내 ‘섹시’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섹시함을 강조하는 방식을 취한다.
13일에 새 앨범 ‘포이즌’(Poison)을 발표하는 시크릿 역시 섹시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식 앨범 발표전 전 공개된 티저 화보에서 시크릿 멤버들은 가슴이 깊이 파인 의상과 검붉은 립스틱, 가터벨트 등의 의상 소품들을 이용해 기존의 귀엽고 밝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섹시한 팜므파탈의 모습을 선보인다. 오렌지캬라멜 역시 공개된 티저영상에서 한층 여성스러워진 모습으로 활동을 예고했다.
귀여움을 표방하던 걸그룹들이 섹시 콘셉트를 선택한 것은 새롭게 데뷔한 걸그룹들이 이미 귀엽고 풋풋한 모습을 지나치게 많이 보여준 까닭. 데뷔 1~2년 차 신인 그룹의 경우 애초 섹시 걸그룹을 표방하지 않는 한, 순수함과 귀여움을 콘셉트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카라, 티아라, 시크릿 모두 기존의 이미지가 귀여움으로 고착된 까닭에 변화에 대한 요구는 자연스럽게 섹시한 쪽으로 이들을 이끈다. 실제로 원채 귀여운 이미지가 고착된 이들에게 ‘카리스마 있고 멋있는 콘셉트’는 소화하기 다소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아이돌 가수들이 총체적 위기 상황도 이들에게 섹시한 콘셉트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다. 가요관계자들은 “이미 아이돌 전성기는 정점을 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요계에 아이돌 가수들의 과포화 상태로 아이돌 음악에 대한 피로가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고, 정치적으로 한일관계가 냉각됨에 따라 일본 활동 역시 다소 위축된 시점에 좀 더 자극적이고 강한 콘셉트로 대중을 유혹하는 시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번 섹시 콘셉트로 활동을 한 이후에 할 순수함이나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차츰 포기할 수 밖에 없고 대중들은 더 강한 콘셉트를 요구하게 된다는 것.
한 가요관계자는 “지금의 아이돌 가수들은 음악적이나 스타일면에서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한가지 고유 색깔이 고착시키는 것이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는 귀엽고 발랄한 것으로 시작해 세련된 콘셉트로, 섹시 콘셉트로 귀착되고 수위만 높아지는 것을 반복하는 경향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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