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감독은 칸에서 2004년 ‘올드보이’로 2등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박 감독의 다음 영화가 이제는 최고상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미국 할리우드에 입성, 데뷔작 ‘스토커’를 찍었다. 지난해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만든 단편 ‘파란만장’이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대상(금곰상)을 받기는 했다. 대단한 업적임이 분명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수상이었다.
박 감독은 김 감독의 수상에 대해 “한국의 감독으로, 또 같은 동네 주민(파주 헤이리)으로서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동네 초입에 현수막도 걸려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감독의 수상 소식을 듣고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놀랍지도 않았다”며 “김 감독에 대한 유럽의 평가가 어떤지 아는 입장에서 이번 수상은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그는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던 듯 불만도 토로했다. “한국영화가 여러 가지 욕도 먹고 비판도 듣고 있는데 나는 ‘유럽에서 상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기획한 작품들’이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고, 가장 억울하다”며 “내가 만든 영화들은 몇 십 억 원이 든 큰 영화인데 그런 영화를 만들면서 개인의 명예욕을 충족시키려고 한다면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동대문 메가박스. 황금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김기덕 감독은 소리없이 응원해준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동시에 쓴소리도 내뱉었다. 그는 “‘도둑들’ 같은 영화가 여전히 1000회, 1500회 이상 상영하고 저희 영화 상영 횟수는 400~500회 정도다. 좌석 점유율이 15%정도에 불과한 데도 여전히 천만이라는 기록을 내기 위해 상영 횟수를 줄이지 않고 있다. 그게 바로 도둑들이 아닌가 한다”며 언어유희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음에도 상영관수가 적은 것을 짚은 그는 “돈이 다가 아니지 않은가”라며 “1대 1로 싸워서 지면 당당하게 지내는데 편법과 독점, 마케팅으로 지면 화가 난다”고 안타까움을 토했다.
두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이 다른 것 같지만 요점은 하나다.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는 영화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들어있을 거다. 작품성을 생각하거나, 흥행을 고려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은 즐기는 사람의 마음에 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박 감독과 김 감독의 영화를 ‘잔인’과 ‘역겨움’으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마니아층도 있고, 적당히 즐길 줄 아는 관객도 많다.
한국영화는 세계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고, 외국 판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관객 1200만명을 넘긴 ‘도둑들’도 나왔다. 김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 칸, 베를린) 가운데 한 곳에서 한국영화의 최고상 수상을 처음으로 이뤄냈고, 박 감독은 ‘스토커’가 끝나고 또 한 편의 서부극 연출 요청을 받는 등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영화를 향한 국내외 관심이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는 다른 말이다.
오랜 만에 만난 두 명의 거장 감독과 반가운 소식들. 박찬욱, 김기덕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출자들이 있어 한국 관객들은 앞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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