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의 배신감
김장훈이 싸이에게 느끼는 감정은 일종의 배신감이다. 두 번의 군복무 후 제대한 싸이에게 먼저 공연을 함께 하자고 제의 했던 것이 김장훈이고 약 2년 동안 함께 완타치와 같은 브랜드 콘서트를 펼치며 싸이의 재기에 가장 큰 힘이 됐던 것도 김장훈인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싸이가 명실상부 국내 공연계의 최대어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김장훈의 역할이 지대했다.
완타치 투어를 끝으로 두 사람이 갈라서면서 두 사람의 공연을 만들어오던 공연 스태프들이 대거 싸이 쪽으로 이동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장훈의 입장에서는 싸이가 자신과 10년 넘게 함께 해온 스태프들을 빼갔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
특히 자타공연 국내 최고의 공연 연출과 구성 등 노하우들을 싸이에게 아낌없이 전해준 김장훈 입장에서는 싸이에게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는 대목. 여기에 싸이가 자신의 콘서트에 김장훈으로부터 배운 공연 노하우를 활용해 공연을 펼친 것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원인이 됐다. 김장훈은 자신이 연출한 공연에 누구보다도 자부심이 컸던 바, 이를 두고 무대 표절이라는 판단을 하고 더욱 감정이 격해졌던 것.
싸이의 억울함
싸이가 김장훈의 공이나 은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싸이가 김장훈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공연에 사용하는 것을 크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일전 MBC 예능프로그램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출연했을 당시에도 싸이는 “선배가 후배것을 베끼면 문제지만 후배가 선배 것을 베끼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두 사람이 주먹다짐까지 했던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싸이가 김장훈의 공연 스태프들을 빼왔다는 소문은 싸이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공연 스태프들은 일종의 프리랜서 개념으로 싸이의 공연도 김장훈의 공연도 할 수 있는 상황이고 싸이의 공연을 몇 차례 했다는 것 자체로 김장훈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물론 싸이와 김장훈의 공연이 겹칠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여기에 싸이가 더욱 답답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이 같은 구설에 오른다는 것 자체다. 싸이 입장에서는 김장훈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팬들의 반응은?
두 사람의 갈등에 여론은 대체로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서로간의 신념과 가치관의 차이가 근본적인 원인인 까닭에 이를 놓고 누구 한쪽 편에 서서 상대가 잘못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김장훈은 비단 공연 뿐 아니라 기부, 독도관련 캠페인 등 우리사회에 쉼 없이 온기를 불어넣어 줬던 가수고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통해 우리 대중음악 뿐 아니라 국가적 위상까지 높여주고 있는 까닭에 두 사람 중 어느 편에 서서 상대방의 공과를 판단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
또 이 같은 논란 자체가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연예계 관계자들이 두 사람의 갈등을 쉬쉬하고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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