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면 내 덕, 논란되면 네 탓…’
모름지기 연애란 당사자 간 감정이 최우선이다. 인륜지대사인 ‘결혼’ 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연에는 ‘큐피트’가 있기 마련이다. 결혼 적령기가 되면 이 ‘큐피트’의 역할은 다양해지는 동시에 더욱 중요해진다.
굳이 ‘중매 결혼’와 ‘연애 결혼’를 구분 짓자면, ‘중매’는 이미 당사자가 평생 살 사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객관적인 지표에 대해 알고 시작하기 때문에 연애 시작과 함께 결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가 평생 살아갈 사람을 감정이 통하기 전에 조건부터 미리 안다는 점에서 사람에 따라 ‘나는 속물’이라는 약간의 자괴감에 빠질 우려는 있다.
이런 경우, ‘큐피트’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어떤 ‘큐피트’ 는 두 사람이 아름다운 결말을 맞이하면 돈으로 그 대가를 받기도 하고 어떤 ‘큐피트’는 그저 마음으로 축복하기도 한다. 상부상조 정신으로 자신 또한 이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도 하다.
첫 방영 이후 ‘논란의 핵’으로 불리는 SBS ‘짝’의 경우 참 난감하다. 대한민국 미혼 남녀의 짝을 찾는 기준을 리얼하게 보여준다는 남녀 심리에 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일주일 동안 가상으로 설정된 ‘애정촌’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반려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을 내세운 ‘리얼’은 어느 정도 통했다. ‘나도 한 번쯤 나가볼까’라는 호기심도 자극했고 다양한 사연을 지닌 생생한 인생 이야기가 볼만하다. 하지만 방송 특성상 시청률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의도적인 자극적인 상황과 스토리가 방송 곳곳에 퍼져있음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관건은 수위조절. ‘리얼’ 과 ‘연출’, ‘예능’과 ‘다큐’의 적절한 융합만이 출연자, 방송사, 시청자 모두가 진정한 ‘윈윈’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짝’의 경우, 안타깝게도 이 융합에는 실패한 모양새다. 최근 비교적 까다로운 ‘출연신청서’ 양식이 공개됐지만 방송 후 끊임없는 논란이 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짝’ 출연신청서는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비롯해 결혼 상태의 조건, 짝에 지원하는 이유, 최근 교제하던 사람과 헤어진 시기 등을 기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번 이런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며 그 신뢰성을 잃고 있다.
일부 출연자의 과거 방송 이력과 홍보성 출연 등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기본, 출연자 연애 상태에 대한 진실 여부도 불투명하다. 개인 이력에 대한 과장 혹은 조작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방송인 박재민은 연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짝’에 출연해 한바탕 곤욕을 치렀으며 특정 상품 혹은 쇼핑몰 홍보 등을 위해 나온 일반인 출연자 때문에 뭇매를 맞은 경우도 많다. 지난 8월에는 과거 성인물에 출연한 전력을 감춘 출연자 때문에 결방사태에 이르렀고 지난달 이들을 상대로 법적 공방으로 번질 뻔 했다.
물론 제작진이 출연자 검증을 일일이 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진정성’을 내세운 초기의 목표가 이토록 쉽게 무너져 내린 데는 제작진의 안일한 접근 방식에도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화제 몰이에만 급급해 새로운 형식 고안에는 관심을 끈 채, ‘노이즈 마케팅’ 재미만 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주선자가 당사자 개개인의 속내까지 일일이 알 순 없지만 이 주선자가 담아내는 드라마를 보는 대상은 일반 시청자가 아닌가. 대형 방송사로서 가지는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찾아 볼 수 없다. 반복적인 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작정하고 속이는데 어떡해? 우리도 피해자’ 식의 아마추어 같은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시청자에 대한 신뢰 회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