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발전한 레드카펫은 좋게 말하면 행사고, 저렴하게 말하면 쇼다. 의미를 해석한다면 같은 말이기도 하다. “가장 아름다워 보이고 싶었다”고 한 배소은의 말처럼 그는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최고의 드레스를 선택한 것뿐이다.
노출로 승부하는 배우도 당연히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닌 배우도 많다. 배소은은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영화 ‘닥터’를 통해 신인답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 극중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남편 김창완에게 무시무시한 일을 당하는 역할이다. 스토리를 위해 가슴 노출도 불사했다. 여자를 둘러싼 엽기적 살인행각의 스토리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김창완의 연기가 소름 돋고, 피칠갑한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에 더해, 신인 배우 배소은도 역할을 톡톡히 해 눈길을 끈다. 데뷔 영화지만 절대 어설프지 않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개막식 사회를 맡았던 중국배우 탕웨이는 영화 ‘색, 계’를 통해 국내에서 사랑받았다. 탕웨이의 노출도 화제가 됐긴 했지만, 그는 연기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인정받는 배우가 됐다.
소위 ‘뜨기’ 위해 벗는다고 해서 인기를 얻는 건 아니다. 요즘 관객은 보통 관객이 아니다. 무턱대고 벗어다간 오히려 배우로서 장벽이 될 수도 있다.
배소은은 앞서 인터뷰에서 노출 논란에 개의치 않아하며 “관객이 영화를 보신다면 연기적인 면에서 또 다른 평가를 받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바람이 이뤄질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부산에서 공개됐으나 아직 정식 개봉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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