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의 긴 공백은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블락비는 태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태국 홍수 피해에 대한 조롱투와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태국은 50년만에 최악의 홍수 사태로 700여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국가적 재난 사태 중이었다.
네티즌들은 이웃나라의 심각한 상황을 전혀 인지 못한 발언과 이들의 태도에 '국가적 망신'이라며 비난했고 결국 블락비는 활동을 전면 중단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지코는 자숙의 의미로 삭발을 하기 까지 했다. 이후 블락비는 8개월간 봉사활동을 다니며 자신들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다.
17일 서울 광장동 악스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블락비는 8개월만에 컴백에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더 큰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힘을 쓰고 연습했던 것 같다”며 컴백 소감을 전했다. 또 "태국 사건 이후 영상을 다시 보면서 잘못했던 걸 느꼈고, 자숙하는 시간을 가졌고, 우리의 말을 통해서 이만큼 영향력을 가질 수 있구나는 걸 배웠다. 언어의 중요성과 마음 가짐을 새로 잡은 것 같다. '난리나'로 사랑받고 있을 당시에 어찌 보면 자만할 수 있었던 상황에 우리를 초심으로 돌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음악적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은 어느 정도 실천된 듯 보인다. 블락비의 새 앨범 타이틀곡 ‘닐리리맘보’는 이들의 음악적인 성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무거운 힙합비트에 긴장감 넘치는 오케스트라 세션, 귀에 선명하게 남는 후렴구도 인상적이지만 7명 멤버들의 보이스 컬러와 개성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보이는 곡의 구성면에서 음악적으로 절치부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타이틀 곡 뿐 아니라 앨범 전체의 프로듀싱과 작곡·작사에 참여한 리더 지코의 역량이 확연히 일취월장 했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타이틀곡 ‘닐리리맘보’ 뿐 아니라 ‘슈스케4’ 출신 계범주가 참여한 ‘무비스 오버’(Movie's Over)나 ‘멘탈 브레이커’(Mental Breaker) 등 수록곡 전체의 퀄리티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공을 흔적이 다분히 보인다. 베트남에서 촬영된 ‘닐리리맘보’ 뮤직비디오는 제작비와 스케일, 스타일 면에서 근래 나온 뮤직비디오 중 최상급에 속한다. 멤버들이 직접 정했다는 ‘해적’ 스타일 역시 비교적 곡과 잘 어울린다. 17일 쇼케이스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무대 퍼포먼스도 마찬가지. 해적선과 해적들을 연상케 하는 멤버와 댄서들의 군무가 꽤 인상적이다.
문제는 앞으로 보여주게 될 이들의 태도다. 8개월의 자숙이 이들에게 반성을 통해 자기 발전의 기회였다는 걸 음악이나 무대를 통해서는 증명했지만 대중들에게는 이들의 태도가 더 먼저 보일 수 밖에 없다. 한차례 큰 실수를 한 탓에 이들을 보는 시선이 냉정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스스로가 인지하고 행동하느냐가 결국 가장 큰 관건이다. 기본적으로 분방한 캐릭터의 팀이지만 논란이 됐던 인터뷰와 같은 모습을 연상케 하는 행동들이 또 다시 비쳐질 경우 다른 어떤 팀 보다 관대하지 못한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 8개월간 자숙을 했다는 것이 곧 대중들이 이들을 용서했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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