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과거 이야기를 하는 걸 꺼려하진 않아요. 다만 내세울 건 아니라고 생각은 하죠. 많은 사람들도 모두 다 고생하는데 내가 고생했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건 과거가 어렵고 힘들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젊을 때 고통이 있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도전하고 견뎌왔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웃음)
조성하는 “작품 속에서 내 대외적인 이미지가 재벌이나 왕 등 지적이고 멘토 역할을 하는 인물로 많이 그려졌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잘 배우고, 있는 집에서 자란 사람처럼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청춘들과 마찬가지로 방황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힘든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러 가지 노동을 한다”며 “내가 젊은 날을 허황되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구나. 어려웠던 과거를 갖고 있던 사람도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나를 보고 힘을 내 많은 이들이 도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택시 기사로 일을 해봐서 손님들과 대화를 하며 행동하는 눈짓이나 몸짓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애드리브를 치는 것도 편하게 했다”고 만족해했다.
조성하가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건 순전히 감독의 열정 덕이다. “다른 촬영들 때문에 시간이 안 나서 몇 번을 고사했죠. 감독이 드라마 ‘로맨스타운’ 쫑파티를 하고 있는 한편 구석에 앉아 있더라고요. 매니저가 ‘김 감독이 기다리고 있는데 인사 한 번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인사를 했죠. 그 때 촬영 시간을 제게 최대한 맞출 수 있겠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됐어요. 삼고초려 정신에 반했다고 할까요?” 감독의 열정 덕에 조성하를 비롯해, 김석훈, 서영희, 이기영, 정애리, 박정아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참여, 영화에 힘을 실었다.
물론 과거는 힘들었다. 택시기사도 했고, 연기를 포기하고자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생각을 바로 잡아줬다. “집사람이 ‘당신을 보고 살았는데 포기하면 어쩌냐’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내가 나 자신만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살았구나’ 했죠. 결국 가족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포기하려고 하다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해서 영화계로 진출하게 됐어요. 물론 처음에는 잘 안됐어요.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버텨 온 것이죠. 하지만 오늘 내가 얼마만큼 행복한가 생각하며 하루하루 만족도를 채워가니 이렇게 되더라고요.”(웃음)
과거를 되돌려 그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을 물었다. 조성하는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의 영향이 컸다”며 “그때 서른 살 중반이었는데 완전히 부패한 쉰 중후반의 방송국 국장 역할을 했다. 그 역할의 중후함 때문인지 다음 드라마에도 캐스팅 됐다. 이어 ‘황진이’, ‘대왕세종’ 등에도 참여했다”고 회상했다.
“나이가 40이든, 50이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엄청난 큰 행운이고, 행복한 것 같아요. 저는 늦었다면 상당히 늦은 거지만 이르다면 또 이르다고 생각할 나이인 것 같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