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하는 영화 ‘비정한 도시’로 데뷔 신고식을 치르는 김문흠(36) 감독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고 시골에 살아 도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은 그가 내놓은 영화가 도시의 이면을 깊이 있게 건드린 이유와 계기가 궁금해 건넨 질문과 답이 오가면서였다.
김 감독은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했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공부를 잘해 1995년 상명대학교 영화과에 진학했다. 그는 “글로벌한 시각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감독이 되면 외국에서도 활동을 할 것 같았다”고 웃으며 “아무것도 몰랐지만 영화감독을 꿈꿨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순수함과 영화를 향한 열정이 강했던 그는 연출에 몰입했고, 대학교에 이어 2002년 동국대 영상대학원에도 입학해 실력을 키웠다. 그가 2005년 내놓은 단편 ‘헬프 미’는 다수의 단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김 감독의 첫 번째 장편인 ‘비정한 도시’는 심야에 발생한 택시 뺑소니 사고를 시작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는 영화다. 택시 기사 돈일호(조성하), 돈을 갚으라는 사채업자 변사채(이기영)의 협박에 신체포기 각서를 쓰는 김대우(김석훈), 췌장암에 걸린 대우의 아내 홍수민(서영희), 탈옥범 심창현(안길강), 틱장애가 있는 고등학생 정봉연(최우식) 등 우리 주변에서 마주치거나 만날 수 있는 이들이 등장해 연쇄적인 사건을 일으키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북 진안의 시골 마을에서 버섯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살았는데 아마 제가 서울 강남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다면 이런 작품을 연출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사회에 불만이 있다거나 부족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있다 보니 다른 면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뿐입니다.”(웃음)
김 감독은 특히 극중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은 엄마로 나오는 정애리를 캐스팅 못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정애리 선배가 ‘야한 장면도 나오고, 스릴러적인 면이 있는데 출연할까?’하며 기대를 안 했는데 바로 다음 날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고 당시를 생각하며 좋아했다.
“한 번 두드려보려는 차원에서 직접 찾아 간 거였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시원한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시나리오도 너무 재밌는데 왜 출연하지 않겠어요?’라고 하셨죠. 당연히 포기했으면 안 됐을 텐데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선정적인 장면을 제거하고 드릴까도 생각했는데 그건 비겁한 것 같아서 솔직하게 진정성 갖고 다가갔죠.”
김 감독은 “다른 분들도 모두 분량이 적었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새로운 시도의 영화인 것 같다’며 참여를 해줬고 재밌게 촬영했다”고 만족해했다. 이어 “조감독이 그러던데 내가 배우들이 참여를 안 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하더라”며 “출연을 설득하기보다 살아온 환경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창작하시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순수함을 좋아하신 것 같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영화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생각할 것들이 많다. 메시지는 전달되지만 생각을 거듭해야 한다. 등장인물도 많다보니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에필로그에서 실마리가 되는 많은 부분을 설명하지만, 영화가 주는 그대로 웃고 즐기는 등 기존 영화에 적응된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김 감독은 “제작사에서도 상업영화로 가려면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는데 기존에 나왔던 많은 영화들과는 달리 ‘최소한 내가 만든 작품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한 번 보여주자’는 고집을 부렸다”고 강조했다.
“요즘 관객들은 할리우드 영화 방식에 너무 쉽게 따라가는 것 같아요. 그건 무작정 감독의 이데올로기에 동참하는 거잖아요. 그러지 말고 영화에 핵심 축이 되는 불륜녀 오선정(이주원)을 누가 죽였을까를 고민해봤으면 했어요. 아마 우리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도 기존 방식과 같은 영화였으면 참여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는 또 자신의 과거를 언급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갖는다면 무엇이든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꼴등이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왔어요. 현재도 열심히 하는 건 ‘아무리 못난 너희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죠. 누구든지 감독도 될 수 있고, 열심히 하면 장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위), ‘비정한 도시’ 스틸컷(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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