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현승의 과거 회상이다. 현재 현승은 7년을 만난 소연과 헤어져 무척이나 아파하는 중이다. 남자와 여자는 만나고, 설레고, 헤어진다. 아파하다가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아픔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남녀 대다수의 연애 방식은 현승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유학을 떠나는 친구의 환송식에 친한 친구들과 함께 소연을 만나고는 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새 남자친구를 사귄 옛 애인이 야속하다.
자신이 놓친 사랑에 슬퍼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듯 현승에게도 새로운 사람이 다가온다. 그 만남은 무척이나 독특하다. 시들해진 연인과 뜨거운(?) 관계를 위해 음란한 전화로 발칙한 이벤트를 꾸민 윤정(김아중)이 남자친구에게 전화한다는 걸 번호를 잘못 눌러 현승에게 전화를 건 것.
희한한 만남이지만 몇 차례 통화가 이어지고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이성에게 연애 상담을 한다. 그러다 두 사람은 서로 위로해 주는 사이가 된다. 옛 사랑에 허덕이며 망가져 버린 가여운 현승과 남자친구의 애정 결핍으로 힘들어하는 윤정은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해주기 때문이다.
초반 두 사람의 관계는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잘못 걸리거나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너무도 무서운 세상이니까.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연애 약자(라고 주장하는) 현승과 윤정은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사랑을 시작한다. 일반적인 남녀라면 사랑에 뜨거울 수밖에 없는 것도 이유가 되겠다.
현승과 윤정은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왔는지 처음에는 알지 못한다. 전 여자 친구와 현 남자친구의 불만을 새로운 이성으로 대체시키려고 했던 환상 정도로 치부했다. 오랜 시간 싱어송라이터를 꿈꿨지만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여자친구, 연인의 청혼을 기다리며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섹시한 여성이 되는 것도 불사하지만 자신을 밀어내는 남자친구. 그 상황에서 만난 서로는 우정으로 관계를 시작하지만 커지는 사랑을 주체할 수 없다.
감독은 남녀의 입장을 섬세하게 표현해 공감하게 만든다.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막말을 하는 남자 주인공과 오매불망 남자친구의 프러포즈를 기다리는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리는데 어느 순간 주인공들에 동화돼 버린다.
수화기 너머에 있는 남녀를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표현한 연출법도 감각적이다. 또 매력적인 두 남녀, 지성과 김아중이 한 컷의 프레임에 등장하는 것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누구나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할 듯하다.
두 사람만 있었다면 이렇게 유쾌하고 재밌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리라. 현승의 친구로 나오는 김성오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성과 김아중이 웃기는 것만도 충분한 데 김성오가 이따금씩 등장에 웃음을 더한다. 개그맨 김준호와 가수 신해철이라는 카메오도 적절하게 사용했다.
“무슨 팬티 입고 있어요?”라고 묻거나 “내 남자친구는 너보다 작아”라고 말하는 등 은근한 섹시 코드 대사와 그렇게 밉지만은 않은 음담패설도 흥미를 이끈다.
CJ문화재단의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에스 1기 선정작품이다. 114분. 19세 이상 관람가. 12월6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