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뮤지컬 ‘조선의 왕 정조’의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이 열리고 있다. 5명의 어린이 참가자들이 연출자 1명과 멘토, 멘티가 돼 각 라운드에서 경연을 펼쳐 승자를 가리는 TV 프로그램이다.
이 뮤지컬 오디션을 재기의 발판으로 마련하고 싶은 일한은 운이 좋게 마지막 한 자리를 꿰찼다. 그는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주최 측의 의도는 쟁쟁한 실력을 가진 두 명의 감독, 여성 감독 등이 모두 다 있으니 구색을 맞추기 위해 한 명을 더 채웠을 뿐이다. 또 어린이 참가자 중 다문화 가정 소년인 영광(지대한)도 그냥 흥미를 끌기 위한 방송국의 노림수였다.
하지만 마이너라고 할 수 있는 일한과 영광이 일을 내기 시작한다. ‘마이 리틀 히어로’는 두 사람이 힘을 합해 주류의 무대로 뛰어 들어,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일종의 성장담이다.
뮤지컬을 한 번도 본적 없고, 무대에도 서본 적 없는 영광. 특히 까무잡잡한 피부인 그가 오디션 우승을 차지하며 조선의 왕을 연기할 수 있을까?
영화는 자신이 만나보지 못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오디션에 지원한 영광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허세 가득한 일한이 삶을 살면서 진정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도 영화의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손목시계에 집착하며 안타까운 과거의 사연을 갖고 있는 일한이 뮤지컬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가 그토록 갈망하는 것들이 변하는 모습과 과정이 흥미롭다. 물론 이는 차별받던 혼혈소년이 오히려 주변 사람을 변하게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김래원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변화할 일한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하지만 감정을 충실히 전하며 극을 잘 이끌어간다.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묘사는 아닐 테지만 상황과 이유들을 제대로 소화했다.
이와 함께 영광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다문화 가정 소년 성준(황용연)이 엄청난 웃음폭탄을 터트릴 테니 기대해도 좋다. ‘우리들의 썬더맨’의 제작 대표와 주인공 배우인 이성민과 이광수, ‘조선의 왕 정조’의 조연출로 나오는 조안도 극을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영화는 뮤지컬 부분도 공을 들였다. 5명의 참가 어린이들의 무대를 실제와 똑같이 만드는데 많은 돈을 투입했고, 꽤 괜찮은 영상을 전한다.
영광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던 아버지의 관계가 드러나는 지점과 허술해 보이는 결말이 약간 실망스럽긴 하다. 왈칵하고 눈물을 흘리진 않더라도, 한 번쯤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화다. 135분. 전체관람가. 9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