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제작 영화사 소풍)의 관심 장면 하나. 예고편이나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 한 번쯤은 봤을 엘리베이터 신이다. 오정세는 이시영에게 키스를 하려 달려들고, 이시영은 오정세를 온몸으로 막아낸다. 따귀를 수차례 때리는 등 무차별 폭력(?)을 가한다. 리얼함 그 자체다.
영화는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면서도 남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CF 조감독 최보나(이시영)가 우연히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법이 담긴 비디오테이프 ‘남자사용설명서’를 얻게 되면서 톱스타 이승재(오정세)의 마음을 사로잡는 과정을 담아 유쾌함을 준다.
이시영, 오정세라는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특히 눈길을 끈다. 공식석상에서는 물론, 사석에서도 친분이 두터워 보인다. 전작 ‘커플즈’에서 함께 한 이유도 있다. 농담도 많이 하는 사이가 됐고, 뭐라고 말하면 서로 웃으면서 답이 오간다.
“정세 오빠랑 환상의 조합이라고요? 우린 서로 왜 하필 ‘환상의 조합이 너냐?’고 서로를 비난해요.(웃음) 만나면 으르렁대죠. 하지만 인터뷰 같은 자리에서는 칭찬해줘요. 옆에 있으면 낯부끄러워서 칭찬을 못하겠더라고요.”
“촬영이 진행되고 있을 때도 불안했어요. 감독님의 의도는 알겠지만 설명도 잘 안 해주셨거든요. 이해가 안 됐고, 결과물도 보지 못해 힘들었죠. 후반작업에서 CG효과도 많이 들어가는데 그런 것도 어떻게 나올 지 몰랐으니까요. 우리 영화를 재미있는 B급 영화라고 해요. 솔직히 저도 이런 영화 좋아하는데 잘 만들어진 B급 영화로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B급 영화에서 엉성함과 디테일함은 차이가 조금밖에 없잖아요.”
이시영은 “이 영화에서는 나까지 방방 뛰는 캐릭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그런 캐릭터는 정세 오빠가 정말 잘하고 재밌게 표현하는 부분이다. 그 때문에 나 혼자 나오는 신에서는 튀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시영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복싱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0년부터 취미로 복싱을 시작한 그는 운동은 제33회 회장배 전국 아마추어 복싱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66회 전국 아마추어 복싱 선수권대회 겸 2013 국가대표 선수 선발대회 48㎏ 이하급에서 준우승도 했다. 최근에는 인천시청 팀에도 정식 입단했다. 이 정도면 됐을 것 같은데 굳이 프로 팀까지 입단한 이유는 뭘까.
자기만족 때문이기도 하다. “‘남자사용설명서’, ‘커플즈’, ‘홍길동의 후예’, 곧 개봉하는 ‘이야기’ 등 모두가 너무 재밌었고, 열심히 했어요. 제가 그때 할 수 있었던 수준에서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성적과 상관없이 제 만족인 것이죠. 운동도 마찬가지에요. 지금 무척 재미있고, 열심히 하는 일인 거예요.”
프로 선수가 됐으니 겸업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하니 “힘들긴 하겠지만 현명하게 잘 조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