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발은 2010년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크라잉넛의 노래 ’필살 오프사이드(Offside)’를 부르며 라이브가 아닌 크라잉넛의 음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부터다. 이 영상은 2010년 8월 ’씨엔블루 스페셜 DVD’에 포함돼 일본에 판매됐으며 크라잉넛은 이에대해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침해를 이유로 씨엔블루 측에 지난 12일 4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홈페이지 통한 사과?
씨엔블루 소속사 FNC 엔터테인먼트는 15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이번 일련의 과정을 통해 누를 끼치게 된 선배 크라잉 넛께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또 "생방송의 급박한 상황에서 음원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소속 가수들이 무대에 오른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소속사 측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공식홈페이지를 통한 사과로 충분히 진정성을 전달 했는가라는 문제는 분명 남아있다. 가요계 관계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도 같은 지점이다. 씨엔블루가 홈페이지를 통한 사과문에 밝힌 대로 크라잉넛을 ‘선배’라고 생각한다면 소송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잘못을 직접 사과하는 것이 도리에 합당하다는 설명이다. 크라잉넛 측이 "사과는 필요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도 이는 소속사의 입장일 뿐 아티스트 개인의 입장은 아니다.
특히 엠넷이 중간에 “우리들의 잘못이다”라고 나서는 것은 크라잉넛 입장에서는 엠넷과 씨엔블루가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하기 위한 물타기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DVD 발매가 엠넷과 씨엔블루 측의 아무런 합의 없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할 수 없는 크라잉넛 입장에서는 씨엔블루가 일정부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 인디씬 관계자는 “크라잉넛 입장에서는 아티스트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안에 ‘엠넷이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을 수 밖에 없다”며 “대중음악계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데 당사자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나 사과 없이 회사 뒤에 숨어 있는 것 처럼 보일 수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인디-매이저의 소통부재
크라잉넛 측과 씨엔블루의 갈등은 애초 양측의 소통 부재가 큰 원인이다. 크라잉넛 측은 씨엔블루와 소송 전 DVD 제작사와 합의를 통해 배상금을 받았다. 하지만 씨엔블루 측에는 소장을 제출한 당일에서야 연락을 받았다.
씨엔블루 측은 “(크라잉넛 측이) 소장을 제출했다는 연락을 제3자를 통해 들어 당일에서야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고, 크라잉넛 측 역시 “굳이 먼저 연락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기실 이번 사태가 인디와 매이저의 감정적 갈등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정황 때문이다.
크라잉넛 측은 “초상권이 들어간 DVD를 대기업에서 계약도 안하고 금전 문제도 처리 안하고 제작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DVD 기획사로부터 배상금을 받는 과정을 선 진행한 바, 이번 일에 대해 씨엔블루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리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씨엔블루 측은 “DVD 발매 역시 FNC엔터테인먼트 측이 진행한 것이 아니라 Mnet 측이 발매한 것”이라며 “문제가 된 DVD 발매에 대해서는 사전에 우리와 협의가 되지 않은 바, 우리 역시 유통사 측에 문제제기를 했던 상황이라 크랑잉넛 측에 연락을 하지 못했다”이라는 해명이다. 결국 양측 모두 사태가 법정으로 가기 전까지 서로 입장을 들어볼 만한 기회를 단 한차례도 만들지 못했다.
본질과 핵심은 창작자의 권리문제
소통 부재와 갈등의 배경에 대한 문제를 차지하고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침해, 즉 창작자의 권리문제다. 크라잉넛 측이 엠넷이 책임론에 대해 “물타기”라고 비난하는 것도 이 핵심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크라잉넛 측은 “고유 AR음원으로 마치 본인들의 라이브 사운드 인양 기망하듯이 시청자와 일본 DVD 구매자들을 호도한 잘못에 대해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크라잉넛의 의도와 달리 본질을 흐린 책임은 일정부분 크라잉넛 자신에게 있다. 크라잉넛이 애초 이 문제에 접근하며 매체 인터뷰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인디밴드라서 피해를 입었다’는 식으로 이번 소송의 원인을 인디와 매이저의 갈등구도로 풀이했던 것.
저작권을 침해당한 크라잉넛은 합당한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어떠한 배경에서 진행된 무대이던 다른 가수의 노래를 무대에서 부른 씨엔블루의 행동은 명명백백 잘못이다. 이에대해 18년차 밴드 크라잉넛이 ‘아티스트 본인이 창작자의 권리에 대해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는 엄정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분명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사태를 처음부터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