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씨요? 원래 칭찬 보다 지적해주는 걸 더 좋아해요. 당장은 아파도 부족한 걸 알아야 빨리 발전할 수 있다나…이번 작품에는 진짜 작정하고 덤비고 있거든요.”
200억 대작 KBS2 ‘아이리스2’의 불안한 항해가 계속되고 있다. 장혁·이다해·이범수·오연수·윤두준 등 초호화 캐스팅은 기본. 할리우드급 액션과 한 층 섬세해진 스토리라인, 여기에 이병헌 김태희 주연의 화제작 ‘아이리스’의 후광 효과로 방송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방송 초반 작은 실수들이 ‘아이리스2’의 거대한 장점들을 모두 가려버렸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스토리 강화 노력에도 불구, 40대 이상 여성 시청자들을 공략할만한 감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들도 나왔다.
제작진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간의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과도한 논란으로 인해 확대해석 된 부분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자리에는 주연 배우들은 물론 배우 소속사 관계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드라마 초반 이같은 자리를 만든 건 이례적인 일. 바쁜 촬영 일정으로 한숨도 못자고 나온 감독부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현장으로 바로 복귀하는 관계자들을 보면서 ‘아이리스2’ 에 대한 제작진의 애정과 답답한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제작진이 이 정도인데 배우들이야 오죽할까. 특히 촬영 전부터 리얼한 액션신 소화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던 이다해의 상태가 궁금했다. 간담회가 끝난 당일 저녁, 이다해 소속사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 관계자는 “다해씨 관련 어떤 지적들이 오갔나요? 고칠 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해씨가 궁금해해서…”라고 말했다.
실제 간담회 자리에서는 “액션 장르 자체가 단발성이 있어 장시간 몰입 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 “이다해의 메이크업 논란, 위장복 논란, 장난감 총 사용 논란 등 하나 하나 떼어 놓고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리얼리티 훼손 부분이 은근 전체적인 극몰입에 방해가 되는 것 같다” “송혜교 조인성 커플에 비해 호기심을 유발하지 않는다. 식상함이 있다” “배우들의 몸에 힘이 덜 풀린 것 같다” 등의 지적이 오갔다. 필자는 이를 고스란히 소속사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조금의 더함도 덜함도 없이 있는 그대로 전했다.
촬영 현장에 있다는 이 관계자는 굉장히 진중한 태도로 이를 들었다.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걸 보아 메모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현장 분위기는 어때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여전히 똑같아요. 배우들 모두 미친 듯이 임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다해는 완벽한 액션 신 소화를 위해 체중감량은 물론 매일 매일 빼놓지 않고 각종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기초 체력은 물론 시각적인 효과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대본 숙지를 위한 꼼꼼한 준비는 말할 필요 없다. 장혁과는 3번째 호흡이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피드백과 논쟁를 통해 더 깊은 커플 호흡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 관련 논의를 하다보면 때때로 과열이 돼 논쟁도 서슴지 않고 한다”며 “의견 충돌이 있다고 해서 결코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치열하게 논의한다. 이런 부분들을 함께 솔직하게 나눌 수 있고, 받아줄 수 있는 선배를 만난 것 자체가 나에겐 행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협력하며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매일 매일의 시청률에 연연하기 보다는 진짜 자신이 부족한 부분들을 알고, 고치고자 하고 있다. 시청자 평이나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에도 귀를 기울이며 차분하게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 보다 저조한 성적을 나타내곤 있지만 ‘아이리스2’의 성패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아직 초반부에 불과하며 ‘비장의 무기’들은 채 선보이기도 전이기 때문이다. 액션이라는 장르 자체가 장기적인 흡입력과 알찬 감성 스토리를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안방극장을 공략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드라마 제작 자체가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과 콘텐츠 강화를 위한 용기 있는 도전임은 틀림없다. 향후 ‘아이리스2’의 반전 역습이 가능할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들의 재평가가 어떻게 이뤄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