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은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으로 누적관객 660만 명을 돌파했다. 일부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순 제작비만 100억 원이라는 돈에 하정우, 한석규, 전지현 등 초호화 캐스팅인데 힘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나름 만족해했다. 심혈을 기울였는데 “저평가된 것도 아쉽고, 이렇게 싫어하는 관객이 있을 줄 몰랐다”며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욕을 덜 먹은 것 같다”고 판단했다.
25일 서울 신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류 감독은 “대형 회사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해 독과점 논란이 일기 쉽고, 또 호화 캐스팅이라 욕먹기 좋았는데 이 정도 평가면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하긴 했지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작은 배급사(‘7번방의 선물’은 NEW가 배급했다)와 중소규모 영화사가 잘 됐으면 한다는 게 류 감독의 요지. 복병(?)이었던 ‘7번방의 선물’을 아직 보진 못했지만, 이 영화의 선전이 다른 영화들에 기회를 준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류 감독은 또 ‘베를린’을 향한 비판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건 받아들인다고 했다. 꽤 많은 리뷰나 관객의 반응을 살핀 그는 “‘베를린’을 비판한 논리들도 참고해 다음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무턱대고 안 좋은 이야기를 늘어 놓는 사람도 있어 아쉽긴 하지만 누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직접 영화를 보고 평가하려는 관객이 많아졌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이날 “대형 회사 CJ와 손 잡더니 류승완이 변했다”는 평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 자신도 아직 내 스타일을 알 수 없는데 내 영화가 변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쇼박스에서, ’부당거래’는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영화였다”고 짚었다. ‘다찌마와 리’는 2008년 쓴 맛을 봤고, ‘부당거래’는 2010년 극찬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류 감독은 또 ‘베를린’을 좋아하는 관객과 관계자들이 여전히 궁금해하는 속편 계획에 대해서는 “그렇게 없다고 얘기를 했는데 계속 물어본다”고 웃으며 아직까지 생각에 변화가 없음을 전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