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진희(42)는 활기차 보였다. 제작비 200억 원을 투입한 SBS TV 드라마 ‘대풍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무척이나 즐거웠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자부했다.
애초 ‘대풍수’는 3년 전 시청자를 찾으려 했다. 50부작으로 기획됐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제작이 무산됐고, 캐스팅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결국, 지난해 36부작으로 다시 기획돼 전파를 탔다.
국운이 쇠한 고려 말을 배경으로 권력 주변의 도사들이 난세의 영웅인 이성계를 내세워 조선을 건국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대풍수’. 지진희는 이 드라마에 늦게 합류했지만, 이성계를 맡아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부탁해요 캡틴’이라는 드라마를 찍으러 호주를 갔어요. 촬영 감독이 ‘대풍수’라는 드라마에 이성계 캐릭터가 멋진데 읽어보라고 대본을 건넸어요. ‘비중은 적은데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저도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어 참여하게 됐죠.”
이성계 비중은 작았는데 지진희의 활약(?)으로 점차 신이 많아졌다. 망나니 같은 모습에, 용맹한 장군의 기백, 근엄한 왕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에 반한 팬들이 많다.
드라마는 인간의 욕심과 욕망에 대해서도 짚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더 많은 욕심, 욕망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풍수’에서 그려진 정치적 갈등과 암투는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크고 작음의 차이겠지만, 가진 만큼 더 원하려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배우 지진희도 욕심이 많을 것 같다.
그는 “욕심이 화를 부르고, 싸움을 부를 수 있다는 걸 안다”며 “그 때문에 정도를 넘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 선을 알려면 경험과 연륜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항상 똑같지만 이번에도 연기하며 욕심을 냈는데, 그건 내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작품 완성도를 향한 욕심이었다”고 말했다.
“지성이나 김소연, 이윤지, 이진 등 이 친구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반성을 했어요. 나도 분명히 한다고는 했는데, ‘저 친구만큼 열정적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했죠. 역시 이 친구들이 사랑받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매력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거죠.”
지진희는 1998년, 다른 일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매니저에 의해 연예계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디자인 회사에서 2년, 사진작가로 3년 일을 하다 직업을 바꿨다. 그는 “다시 돌아가리라 생각했지만 이곳 생활에 만족감을 느꼈다”며 “사람들이 ‘내가 배운 게 이거니 다른 건 못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처음만 어렵지 직업을 3번 바꿔본 결과 이득이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