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PD(37)가 ‘남자의 자격’ 폐지 결정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신 PD는 KBS2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의 멤버 구성은 물론, 기획단계에서부터 미션 세부 내용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을 담당했던 초대 연출자다.
그는 “떠나고 나면 일단 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어, (정희섭 PD를 비롯한 제작진에게) 혹시 누가 될까봐 어떤 말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신 PD는 “폐지 소식을 처음 접하고 어떤 느낌이었나”라는 질문에 “숙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그는 “드라마 같은 경우는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종영 시점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예능은 그렇지 않다. 영원한 정점이란 없지 않은가? 아무리 큰 사랑을 받아도 마지막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격’ 폐지의 가장 큰 이유는 저조한 시청률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19일 마지막 녹화를 앞두고 있다. ‘1박2일’과 함께 국민예능 ‘해피선데이’의 한 축을 담당해오며 많은 고정팬들을 확보해온 터라 갑작스러운 폐지 소식에 제작진과 멤버들은 물론 팬들도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첫 연출 당시가 떠오르네요. 멤버들을 구성하고 보니 처음에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죠. 김성민 씨의 역할이 상당히 컸던 것 같아요. 무뚝뚝한 멤버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다리 역할을 해줬고, 모든 미션에 활기를 넣어줬어요. 언제부터인가 멤버들 간 끈끈함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신 PD가 꾸린 초창기 멤버는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 김성민, 윤형빈, 이정진으로 총 7명이다. 멤버 개개인의 추억 여행에서부터 사회적인 이슈 ‘유기견’ 편,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합창단’편 까지 모두 신 PD의 손을 거쳤다.
‘남격’이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 이적을 결심했던 그는 “사실 이렇게까지 멤버들이 서로를, 또 제작진을 믿고 진정성 있게 해줄 줄은 몰랐다”면서 “물론 김성민의 하차와 함께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서로가 함께 토닥여주며 이끌어가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제작진이 아닌 멤버들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언젠가부터 ‘내가 없어도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물론 멤버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쪽이 뭉클하고, 그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많이 떠오르죠. 하지만 제가 바통을 넘긴 이후에도 조성숙 PD, 정희섭 PD가 나름대로의 색깔로 최선을 다해 이끌어줬고 분명 그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같은 동료로서도 항상 본받고 싶은 선후배고요. 슬픈 이별보다는 수고했다고,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겠다고 응원하고 싶네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담담한 그의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먹먹함이 느껴졌다. 예능 PD다운 유쾌함으로 신 PD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멤버들이 ‘쫑파티’를 하자며 얼마 전에 연락이 왔더라고요. 오랜만에 진탕 한 번 마셔볼랍니다. 형, 그리고 아우들! 정말 수고하셨소, 하하!”
한편, 신원호 PD가 지난 2011년 KBS에서 CJ E & M으로 이적해 복고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의 차기작 역시 드라마 장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체적인 콘셉트는 알려진 바 없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