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K팝스타’ 시즌2(이하 K팝2) 톱6 윤곽이 가려지며 새로운 스타 탄생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이 가운데 ‘천재’라고 감탄을 마지않는 개성 강한 오디션 참가자들이 눈에 띈다. 또 이들 원석을 국내 가요계를 대표하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소위 빅3가 솎아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 ’K팝스타’ 기존 오디션과 어떻게 다른가
아직 최종적인 판단은 이르지만, 올해 ‘K팝2’는 지난해와 비교해 개성 강한 뮤지션들의 출연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먼저 윤주석은 비록 톱10에는 들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톱6 문턱에서 좌절한 최예근도 독특한 음색과 역시 개성 강한 편곡으로 매번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악동뮤지션은 방송 초반부터 자작곡으로 음원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12세 천재 소년 방예담 까지 올해 ‘K팝2’는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젊고 풍성하다.
이들이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이 아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참가자들의 무대에서 정확한 음정과 박자, 스타성 등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아왔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K팝2’의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은 그동안 우리 가요계가 소외시켜왔던 부류의 뮤지션인 것도 사실이다.
◯ SM JYP YG가 만든 가요시스템
재미있는 점은 이들을 선발하고 있는 이들을 선발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이다. SM과 YG, JYP는 현재의 대중음악 환경과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바탕으로 기획, 마케팅, 프로듀싱 전반에 걸친 ‘아이돌 가수들의 생산 시스템’을 만든 것이 이들 빅3였다.
다년간의 트레이닝 시스템은 단순히 가창과 춤 실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뿐 아니라 기획자의 콘셉트를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프로듀서 중심의 앨범 제작 환경 역시 마찬가지. 기획사 시스템의 가수들은, 특히 팀으로 데뷔할 경우 가수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팀의 색깔과 콘셉트에 맞는 큰 그림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SM, JYP, YG의 프로덕션 과정 끝에 데뷔한 가수들은 우리 가요계에서 하나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후발주자들은 비슷한 과정으로 아이돌 가수들을 쏟아냈다. 퀄리티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같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가수들이다. 적어도 소녀시대나 2NE1, 원더걸스를 만들기 위해 연습생을 뽑고 훈련을 시켰던 것이지 연습생을 뽑아놓으니 소녀시대, 2NE1, 원더걸스가 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 지금껏 원석은 왜 빛이 안 났을까?
지금까지 SM, JYP, YG는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들에 대한 노하우를 충실하게 쌓아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개성 강한 콘텐츠를 시장에서 성공시켜본 경험은 전무하다. 이는 빅3를 위시한 우리나라 가요제작자들 모두가 가진 약점이다.
지난해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코리아’ 출신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줬던 우혜미와 지세희 등 참가자들이 소속사를 찾지 못하고 허공에 붕 뜬 것이나, ‘K팝1’에서 SM이 단 한 명의 참가자도 캐스팅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애초 기획자의 머릿속에서 나오거나 기획자가 이해와 수용 가능한 원석이 아니면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 것.
막상 회사를 찾아 들어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던 많은 출연자가 데뷔 후에 기성 가수와 비슷해 지거나 총기를 잃는 것은 우리나라 제작자들이 아직 원석을 다듬는 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탓이다.
올해 이하이의 경우처럼 홈런을 날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이 이하이의 성공인지 단순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YG 프로듀싱 시스템의 영민함이 낳은 성공인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아직 이하이는 열여섯 살밖에 되지 않았다.
◯ SM JYP YG 최후의 적
주목할 만한 점은 ‘K팝2’ 출연자들이 빅3의 만든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적수라는 점이다. 지난해 버스커버스커의 등장은 좋은 예다. 버스커버스커는 ‘슈퍼스타K3’ 출연 때 보여줬던 가능성을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자신들의 첫 앨범을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뒀다. 물론 엠넷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요프로그램 출연 등의 기존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고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들은 기성 기획사 시스템에 편입하는 대신 독자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 울랄라세션이 울랄라컴퍼니를 설립한 것은 좋은 예다. 또 버스커버스커가 신생기획사와 파트너 형태로 앨범 계약을 맺은 것 역시 앞으로 등장할 오디션 스타들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선택사항이다.
이들은 기존 제작 시스템에서 흉내 내기 어려운 오리지널리티를 무기로 대중들의 취향과 나아가 가요 제작 시스템, 환경까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꿀 수 있다. 마치 이승환과 서태지가 데뷔 당시부터 스스로 기획사를 설립해 활동하며 가요 흐름을 바꿔놓은 것처럼 말이다. ‘K팝2’에서 SM YG JYP가 이런 적(敵)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전투력을 키워주고 있으니,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