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을 제작하는 연예기획사의 핵심부서는 A&R팀이다. A&R은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Artist&Repertoire)의 약자로 회사 내에서 사람(아티스트)과 음악(레퍼토리)을 뽑아 관리하는 부서다. A&R의 역량에 따라 좋은 노래와 가수가 선별되고 대중들 앞에 선보이게 된다.
국내의 경우 A&R 개념을 둘로 나눈다. 곡 수집을 주요 업무로 하는 팀을 A&R로 부르고, 아티스트 발탁과 관리는 신인개발팀이라는 영역으로 구분한다. 폭넓게 보면 두 개념 모두 A&R의 역할이다.
◯ JYP엔터테인먼트, 사람 개발이 최우선
JYP의 A&R 시스템은 인력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JYP는 최근 회사 내부 조직개편을 통해 둘로 나뉘어 있던 곡 수집과 신인개발 부서를 하나로 통합시켰다. A&R팀의 역량 강화가 목적이다. JYP의 통합 A&R팀은 약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곡 수집 및 작곡가 접촉, 노래 선곡 등을 전담하는 인원 총 5명, 캐스팅 및 오디션을 진행하는 신인개발 인력 6명으로 구성됐다. 나머지 인원은 트레이닝 파트와 앨범 재킷 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파트에서 근무한다.
과거 JYP는 새로운 연습생을 선발하는 단계부터 박진영의 선택과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곡 선정 역시 원더걸스, 2PM, 미쓰에이 등의 가수들이 박진영의 곡을 주로 불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A&R팀의 강화로 이른바 탈(脫) 박진영 화가 진행 중이다. JYP 관계자는 “새로운 연습생들의 선발에는 박진영씨가 A&R팀에게 전적으로 맡기며 거의 관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 선발의 경우, 빅3 중 가장 자주 대규모 오디션을 진행하고, 캐스팅 매니저들이 직접 발로 뛰는 경우가 많다. ‘슈퍼스타K2’ 지역오디션에서 눈에 띄어 발탁된 미쓰에이 수지나, JYP 신인개발팀이 중국에서 직접 발굴한 페이와 지아가 대표적이다. 또 가요기획사 빅3 중에는 유일하게 언더그라운드 힙합계 실력자 래퍼 산이를 발탁해 데뷔시키기도 했다.
◯ SM 엔터테인먼트, 한 단계 앞선 A&R 시스템
SM엔터테인먼트는 A&R 개념을 가장 확고하게 시스템화시킨 회사다. 특히 ‘레퍼토리’ 영역에서는 국내 기획사 시스템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고 평가할 만하다.
곡을 선별하는 A&R 팀원은 10명 내외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각 아티스트별 담당제로 운영된다. 해당 가수의 신곡 콘셉트에 최적화된 곡 수집을 위해서다. SM이 다른 기획사들보다 한발 앞섰던 것은 곡 수집의 눈을 해외로 넓혔다는 점에 있다.
동방신기 ‘주문’(Mirotic)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Genie), 훗(Hoot), ‘더 보이즈’(The boys), 에프엑스 ‘뉴에삐오’(NU ABO), ‘피노키오’, 샤이니 ‘루시퍼’(LUCIFER), 보아 ‘허리케인 비너스’(Hurricane Venus) 등이 외국곡이거나 외국곡을 국내 작곡가가 함께 작업한 노래다. 이 같은 시도는 곡의 수준을 올리는 것은 물론, 우리 가요를 해외에서도 거부감 없는 스타일로 인식시키며 K-팝의 세계적화에 기여했다.
신인 발굴에 있어서 SM은 비 정기적으로 대규모 오디션을 여는 동시에 매주 주말 공개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인재를 선발한다. 간혹 슈퍼주니어 규현처럼 외부 가요제 출신으로 눈에 띄어 회사에 영입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정기, 비정기 오디션에 지원자가 넘치는 상황이다. 신인개발팀의 주요 업무는 이들 지원자 중 옥석을 선별하는 일이다. SM 관계자는 “신인개발팀의 경우 이수만 회장과 10년 이상 함께 일한 베테랑 멤버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 이수만 회장과 함께 일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SM에 맞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한다”고 설명했다.
◯ YG 엔터테인먼트, 특급 프로듀서 군단의 조력자
YG는 최근 곡 수집 등을 담당하는 A&R 부서를 제작전략팀이라는 이름으로 개편했다. 총 10여명이 이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SM과 마찬가지로 가수별 담당제로 운영된다. 신인개발팀에는 5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A&R의 경우 SM, JYP와 위치와 역할에 다소 차이가 있다. SM, JYP가 곡을 수집하고 선정하는데 결정적인 권한이 있다면 YG의 경우 이 권한이 두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YG의 조직 구성이 두 회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YG는 작곡가 및 프로듀서진 역량 강화에 집중한 기획사다. 테디를 비롯해 초이스37, 디피(DEE.P) 필강 등 20여명 내외의 작곡가들을 전속으로 두고 회사를 작곡가-프로듀서 중심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프로듀서 집단의 생산력과 경쟁력이 강하다 보니 A&R 팀은 작곡가(프로듀서)와 가수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YG 관계자는 “A&R은 가수와 작곡가의 의견 조율, 선곡과 녹음 뿐 아니라 방송과 공연까지 노래와 관련된 모든 가수의 일정에 참여한다. 프로듀서와 아티스트의 중간 조력자 역할에 충실한다”고 밝혔다.
신인개발의 경우 YG 역시 대규모 오디션 등을 통해 신인을 선발한다. 올해 1~2월에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오디션을 진행했다. 소속사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춤과 노래가 담긴 영상 지원서를 받고 있다. 또 YG오디션 홈페이지에는 ‘학교 축제 일정을 알려주면 직접 찾아가겠다’는 초청장 보내기 기능도 있다. YG의 신인개발실 역시 양현석 대표와 10년 이상 함께 일한 베타랑 인력들이 포진돼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