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박 ‘7번방’의 웃음, 다른 영화들은 시기 or 우울

영화계는 한쪽이 웃으면, 또 다른 한쪽은 울 수밖에 없다. 모두가 다 흥행이 되면 좋으련만 말처럼 쉽지 않다. ‘쌍끌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정말 운이 좋아야 가능하다.
올해 첫 대박 영화 ‘7번방의 선물’(누적관객 1230만 명)은 개봉한 지 2달 가까이 돼 가고 있지만, 극장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일일 박스오피스 1위인 ‘신세계’가 하루 평균 6~7만여 명이 들고 있고, ‘7번방의 선물’도 관객 수가 2~3만여 명으로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7번방의 선물’은 역대 흥행 영화 톱3의 기록까지 넘보고 있다.
다른 신작 영화 ‘사이코메트리’나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등이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다. 특히 ‘신세계’는 누적관객 350만 명에, 박스오피스 1위인데도 화제 몰이에서 밀렸다. 앞서 한 주차 간격으로 ‘7번방의 선물’과 맞붙었던 ‘베를린’도 보기 좋게 한 방 먹은 케이스다.
‘베를린’은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관객 1000만 명을 확신한 영화다. 만듦새와 ‘한국형 본’이라는 언론, 평단의 호평에 조심스럽게 1500만 명까지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누적관객 700만 명을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 ‘베를린’이 아직도 상영되고는 있지만 일일 평균 관객 1만 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의 성적을 보고 ‘쌍끌이 흥행’이라고 평하지만, CJ 측에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주목을 받을 만한 영화들도 많았는데 힘을 받지 못하고 간판을 내렸거나 내리고 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세 감독 중 처음으로 국내에 성과물을 소개한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는 소리소문 없이 퇴장했다. 신선하고 재기 발랄한 신인 이원석 감독의 ‘남자사용설명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세계에서 인정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와 홍상수 감독의 신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도 충분한 흥행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14일 개봉한 ‘웜 바디스’와 ‘파파로티’가 첫날 관객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더 지켜봐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꼭 ‘7번방의 선물’의 흥행 때문에 다른 영화들이 타격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극장가에는 신작이 한 주에 서너 편씩 개봉한다.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승부에서 이긴 ‘7번방의 선물’을 탓할 수 없다. 영화관 측에서도 흥행이 되고 있으니 ‘7번방의 선물’을 계속 안고 가는 당연한 논리다. 관객 수치로도 증명된다.
대형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일단 영화관은 감독과 배우, 투자가 얼마나 들어갔는지를 확인하고 흥행이 될 것 같은 영화를 상영하는 원칙”이라며 “‘7번방의 선물’ 같은 경우는 관객들이 계속해서 찾기 때문에 상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7번방의 선물’은 당분간 계속해서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영화가 다 그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고 뜻깊다. 그런 의미에서 ‘7번방의 선물’이 흥행이 잘된다고 비난할 순 없다.
다만 아쉬운 건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지슬’ 같은 영화 등 많은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점이다. 21일 개봉하는 ‘지슬’은 현재 예술영화 전용관과 CGV무비꼴라주 등 50여 개관 밖에 상영관을 잡지 못했다.
최근 부진을 겪은 한 영화의 홍보마케팅 회사 관계자는 “‘7번방의 선물’은 꼭 대작이 아니어도 1000만 관객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준 대단한 영화이고, 의미도 크지만 솔직히 이제는 그만 내려왔으면 한다. 다른 영화들도 관객을 만날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