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씨가 제 역할을 했다는 게 안 믿겨요. 정말 영광이죠. 영화계에서 대세기도 하지만 일단 미남이시잖아요.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안 찾아본 이상 이제훈씨가 저와 비슷할 것 같다는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드니 기분이 좋아요.”(웃음)
마침 한국에서는 그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파파로티’(감독 윤종찬)가 상영 중이다. 중·고교 시절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그는 타고난 싸움 실력으로 폭력 조직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김천예고 교사 서수용(53)씨를 만나 성악가를 꿈꿨다. 음악을 향한 애정과 열정은 ‘스타킹’에 소개돼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영화화 제안까지 받게 됐고, 현재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김호중은 “처음에는 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솔직히 영화로 만들어질 때 두려움이 있었다. 영화는 평생 남으니, ‘나에 대한 어떤 꼬리표를 달릴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재구성이 돼 좋게 나왔다”고 웃었다. 특히 “영화 ‘빌리 엘리어트’나 ‘레이’라는 영화처럼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견을 작가님에게 얘기했는데, 그런 영화들처럼 멋지게 잘 나온 것 같다”고 좋아했다.
김호중은 자신을 연기한 이제훈(29)과의 만남을 기억했다. 한 차례 촬영 현장을 갔는데 이제훈을 본 뒤 “열정이 대단한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극 중 뛰어난 성악 실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제훈은 노래를 부를 때 립싱크를 한다. 하지만 티가 나지 않는다. 성악가로서 손동작과 표정, 무대매너 등을 얼마나 연습했는지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생각나지 않는다.
김호중은 “이제훈씨가 ‘네순 도르마’ 등 아리아를 부를 때 눈썹이나 입술이 움직이는 걸 보도 정말 깜짝 놀랐다”며 “섬세하게 표현하는 걸 보고 감탄했다”고 칭찬했다.
김호중은 “하늘에 신이 있어서 기회를 만들어준 건지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다. 기분이 좋더라”고 기억했다.
김호중은 3년 전, 유럽 극장에 들어가는 게 꿈이라며 독일로 떠났다. 처음으로 가 본 외국은 별천지였다. 외국어를 할 줄 몰랐던 그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부터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몰라 이탈리아와 로마 행 비행기를 또 탈 뻔했고, 치약인 줄 알고 샀는데 틀니 붙이는 본드여서 고생을 했다. 보일러만 알았지 방열기인 라디에이터가 뭔지도 몰랐다.
하루하루 외국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공부도 하며 콘서트 무대에도 섰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에서 공연하며 콘서트 무대에서 사람들과 호흡하는 게 무척 좋았다. 오페라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있지만, 지금은 콘서트 무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스페인 말이나 이탈리아 말도 못하는 등 다른 나라 말을 못하는 게 많은데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다 통하는 것 같아요. 그게 무척 좋아요. 서로가 못 느꼈던 에너지가 노래를 통해서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소통을 위해서 인 것도 있지만 일단 안 외로워서 좋아요.”(웃음)
“한 1년 전 쯤 꿈에서 할머니가 나타났어요. 텔레토비 동산 같은(웃음) 푸른 잔디에서 할머니가 어머니께 선물받은 옥색 한복을 입고 계시더라고요. 어떤 말씀은 안 하셨는데 제 앞에서 웃으셨던 모습이 기억이 나요.”
지난해 11월 한국에 온 그는 이달 말 국내에서 ‘나의 사람아’를 타이틀곡으로 팝클래식 앨범을 낸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찔레꽃’ 등의 노래도 담았다.
김호중은 “진짜 나는 은인들이 많다. 인복이 참 좋은 것 같다”며 “과거 일들은 내가 저질러 놓은 업이니 감수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 과거의 안 좋은 것들이 덮어질 것 같다”고 긍정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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