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했던 감독과 왜 작업해? 수군거렸죠.”(정종훈 대표)
조동오 감독의 데뷔작 ‘중천’(2006)은 조용히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화제가 되긴 했다. 배우 정우성과 김태희 등 화려한 캐스팅, 여자주인공의 연기력 논란 등으로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끝이었다.
조 감독은 날을 갈았다. 연출가로서가 아닌 시나리오 작가로서 작품을 준비하고, 다른 작품 연출에도 도전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영화계 복귀는 쉽진 않았다.
차기작 ‘런닝맨’을 선보이기까지 7년이 걸렸다. 조 감독은 3년 전 영화 제작사 크리픽쳐스의 정종훈 대표를 만나 작업을 진행했다. 이 만남이 재기의 발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근간으로, 살인 용의자가 돼 쫓기는 아버지 차종우(신하균)의 이야기를 담은 ‘런닝맨’(4월4일 개봉)을 내놨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20세기 폭스가 진행하는 글로벌 사업이 선택한 첫 번째 한국영화가 됐다. 괜찮은 소재와 내용의 영화임을 폭스가 먼저 알아본 거다. CJ 등 국내 투자배급사도 눈독을 들였지만, 한발 늦었다.
오랜만에 개봉시키는 영화라 긴장될 법도 한데 그렇진 않단다. 조동오 감독은 29일 밤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 술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닥을 쳐본 사람이라 ‘중천’보다 잘 안 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걱정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긴장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조 감독은 “얼마 전, VIP 시사회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객석의 김성수 감독님과 눈이 딱 마주쳤다. 말을 버벅거릴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과거 김 감독의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에서 조연출 등으로 함께 한 조동오 감독은 대작 데뷔작 ‘중천’을 내놓았는데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으니 과거 기억이 떠올랐으리라.
정종훈 대표는 “조동오 감독과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주위 사람들이 수군거렸다”며 “하지만 조동오 감독은 이야기를 정말 잘 만들어낸다.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른 세상 사람의 상상을 하고 있더라”고 추어올렸다.
‘런닝맨’ 속에서 뛰고 구르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등 신하균의 액션과 추격전은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친다. 충분히 관객을 압도하고 박수를 받을 만하다. 영화 곳곳에 웃음 포인트도 적절하고, 부자지정(父子之情)도 들어있다. 무엇보다 킬링타임용 영화인 건 확실하다.
덧붙이자면 그간 과거 한 개 작품으로 평가가 끝나버려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조동오 감독에게는 ‘힐링 타임 영화’가 될 것 같다.
한편 크리픽쳐스는 지난 2010년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한 영화 ‘쩨쩨한 로맨스’를 제작했다. ‘런닝맨’이 두 번째 작품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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