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드라마 복귀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이어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배우 송혜교(31)는 호평받았다. SBS TV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여성이자, 어린 시절 헤어진 오빠를 그리워하는 동생 오영을 제대로 연기했다. 송혜교 탓 혹은 덕에 시청자는 눈물을 쏙 뺐다.
섬세한 시각장애인 연기가 그냥 나왔을 리 없다. 송혜교는 복지관을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시각장애인들도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화장도 한다는 등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복지관에 다니며 사람들과 친해진 송혜교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복지관 사람들이 그동안의 시각장애인 연기를 보면 ‘심하게 더듬는 게 너무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낯선 곳에서는 당황했을 때 그럴 수 있지만 본인이 자주 가는 곳, 익숙한 곳에서는 일반인처럼 한두 번 만에 물건을 잡을 수도 있다던데요? 같이 식당에서 밥 먹으며 시각장애인을 연기할 때 안 했으면 하는 행동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드라마 덕분에 기분 좋아지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을 향한 주변 손길이 따뜻해졌다고 느낀다고 하더라. 고맙다고 전해 달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또 시각장애인을 무심하게 지나쳤던 드라마 팬들이 그 사람들이 오영처럼 느껴져 잘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 자체가 마음이 조금 열린 거로 생각할 수 있으니 조금은 변화시켰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드라마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송혜교의 얼굴을 더 예쁘게 담아냈다. 특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클로즈업 신이 많았는데도, 예쁘고 아름다웠다. 송혜교를 보고 “와~ 예쁘다”를 연발한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송혜교는 “조명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워낙 잘 담아주시는 분들”이라며 “현장에서 ‘정말 예쁘게 나온다’고 항상 고마움을 얘기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다음 작품을 못할 정도로 무척 예쁘게 담아줘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한 적도 있다”고 농담을 섞어 웃겼다.
8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조인성과의 달달한 연기호흡도 화제가 됐다. 송혜교는 “인성씨가 현장 분위기 메이커였다. 난 말이 없는 편이었는데 그 상황을 업시켜줬다”며 “연기 열정이 보였고, 에너지를 주체 못하더라. 현장에서 그런 기운이 느껴졌다. 연기를 정말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저랑 원래 친구였어요. 2004년에 같은 사무실에 있었죠. 사석에서 만나 술도 마셨는데 사무실이 바뀌고 연락이 뜸했어요.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친해져야 할 시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워낙 알고 있으니 바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아니깐 솜사탕 키스신 찍을 땐 둘 다 오글거려서 서로 못하겠다고 했어요.”(웃음)
오랜만에 만난 조인성과의 연기에 대해서는 “많은 남자 배우들은 우는 연기를 할 때 비슷한데 인성씨는 다른 여배우들 못지않게 감정을 잘 잡더라. 울 때마다 다 달라 놀랐던 적이 있다. 신기해서 ‘어떻게 여배우보다 더 잘 울어?’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고 칭찬했다.
10%대 중반 시청률을 기록했다. 스타성과 화제성보다 높은 수치는 아니다. 아쉬울 법도 한데 송혜교는 “DMB 등 다른 방법으로도 시청을 많이 했더라”며 “과거 ‘그들이 사는 세상’은 6%까지 내려가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척 행복할 뿐”이라고 기뻐했다.
특히 남모를 고생 끝에 선택한 작품이 사랑을 받아 행복하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참여하게 된 건 엽문의 일대기를 그린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에 4년을 투자하며 마음고생을 했을 당시. 그는 비중도 적었고 주변에서도 말렸지만 “안 해본 현장에 참여하는 것 하나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일대종사’에 합류했다. “4년 동안 혼자만의 생각을 많이 했어요. 새로운 현장이 즐겁기도 했지만, 괴로운 시간이기도 했죠.”
송혜교는 “감독님이 불러 놓고 촬영은 안 하고 연습만 시켰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그만해야겠다!’고도 생각했고, 그런데 3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그런데 또 찍은 분량이 없으니 그만둬도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래도 중국에서 반응이 좋고, 엽문의 실제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잘 표현해서 고맙다고 했다고 해서 좋아요. 다만 한국에서 곧 개봉을 할 텐데 드라마가 잘 돼 나를 기대하고 오는 관객들은 실망이 클 것 같아요. 왕가위 감독님, 무술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을 좋아할 것 같긴 해요.”
여전히 여리고 소녀 같은 이미지 강한데, 어느새 서른 살을 넘겼다. 과거를 짚자 그는 “20대 때 여자로 누릴 수 있는 것과 경험한 것이 많은 것 같다. 일도, 사랑도 열심히 한 것 같다”며 “부족함 없이 많은 걸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20대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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