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부드럽게 죽여주는 건, 예술이야!”라는 대사는 소름 돋아야 하는 말이다. 하지만 2007~8년 경제가 내리막을 걷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웠던 미국에서 주인공들의 상황과 적절히 맞아떨어지는 탁월한 주제 대사가 아닐까 싶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남자 프랭키(스쿳 맥네이리)와 러셀(벤 멘델슨)은 브로커의 소개를 받아 사설 도박판을 터는 일에 투입되고, 가까스로 성공한다. 하지만 도박판의 배후에 있는 범죄조직은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해결사 재키 코건(브래드 피트)을 고용한다.
코건은 도박판을 턴 일당을 밝혀내고 브로커가 누구인지도 알게 된다. 하지만 브로커는 일면식이 있던 사이. 코건은 또 다른 킬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미키(제임스 갠돌피니)는 나태해졌고 뜻대로 일이 되지 않는다.
코건은 직접 나서 사건을 해결하지만 조직은 그에게 줄 돈을 깎으려 한다. 화가 난 코건의 뒤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가족”이라는 TV 연설을 하지만, 코건은 “미국은 하나의 기업일 뿐”이라고 썩소를 날린다.
오로지 돈과 자신밖에 믿지 않은 킬러 코건의 시선으로 현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영화는 자본주의의 허상을 절묘하게 오버랩 시킨다. 오바마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연설이 들리는데, 주인공들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 같다. 감독의 현실 풍자와 냉소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1974년 출간된 조지 V 하긴스의 소설 ‘코건의 거래’가 원작이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로 200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브래드 피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앤드류 도미니크 감독의 작품이다. 브래드 피트는 제작도 맡았다. 4일 개봉. 97분. 청소년관람불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