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이 많이 됐어요. 민폐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지만 극중 악의 축으로 좀 더 강하게 나오지 못한 점이 많이 후회 돼요.”
임윤호는 그야말로 진짜 ‘데뷔작’에서 주인공과 대척점에 선 악인의 중심 역할을 맡아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스스로 기대도 컸지만 신인으로서 엄청난 비중의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비중이 상당히 컸죠. 하지만 제 얼굴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어요. 그저 제가 맡은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임했죠. 한편으론 시청률이 잘 안 나올 땐 안도가 되기도 했어요. 제가 너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죠.”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임윤호는 첫 작품을 떠나보낸 시원섭섭함보다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한 미련이 더 큰 듯한 모습이었다. 중반부터 극의 중심축으로 떠올랐음에도 불구, 스스로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장면은 단 하나밖에 없단다.
“공원에서 안내상 선배님께 총을 쏘는 장면이요. 영상으로도 마음이 들었고, 찍으면서 고생도 많이 해서 기억에 많이 남네요.”
스스로에게 부여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30~40점. 짠돌이도 이런 짠돌이가 없다. 상대 배역으로 활약한 김수현에게는 “내가 너무 뭘 몰라서 민폐만 된 것 같다”면서도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그토록 꿈꿔왔던 연기의 진짜 ‘맛’을 본 설렘도 컸다고 했다. “아무 것도 잘 모르고 배워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만큼 설레고 즐거웠어요.”
“‘셔터 아일랜드’라는 영화를 감명깊게 봤어요. 한 작품에서 한 배우가 많은 감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결국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학과 재학 중 과감하게 학업을 접고 연기에 뛰어들었다. 집안의 반대도 엄청났다. 배우의 길을 걷겠다는 굳은 다짐을 보이자 그토록 반대하던 아버지는 “후회 없이 잘 해보라”는 말씀을 남겼고, 지금은 배우 임윤호 최고의 지지자가 되셨다.
고교 재학 중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임윤호는 국방의 의무를 마치기 위해 귀국, 지난해 현역으로 전역했다. 전역 후 연기수업을 받고 곧바로 투입된 작품이 ‘7급 공무원’이었다. 임윤호는 “기본기 없이 덜컥 큰 역할을 맡아서 정신없이 해오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차기작은 KBS 1TV 일일드라마 ‘지성이면 감천’이다. ‘7급 공무원’에서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로 돌아오는 그는 “이번에는 눈에 힘 안 주고 악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롤모델은 류승범, 하정우 선배님이에요.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살아있는 인물로 만드시는 점을 본받고 싶습니다. 저 임윤호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다양하고 멋있는 색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심엔터테인먼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