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뮤지컬 러브콜이 있었다는데, 조권씨 같은 ‘아이돌 스타’가 주인공이 아닌 적은 분량의 헤롯을 선택한 건 참 의외네요? 그래도 데뷔작인데…” 가볍게 던진 기자의 말에 그가 “기자님도 ‘색안경’을 끼고 보세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당연히 처음인데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겉멋으로 하려는 게 아닌 걸요”라고 말했다. 아주 강력한 한 방.
“‘헤롯’은 환락을 즐기며 지저스를 비웃는 냉소적인 왕이에요. 극 전체에서 유일하게 밝고 경쾌한, 또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죠. 프로덕션 혹은 배우에 따라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는 캐릭터에요.”
과거 대학입시 때 뮤지컬과를 지원했을 정도로 사실 뮤지컬에 대한 조권의 애정은 깊다. 정말 잘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까? 쏟아지는 러브콜에도 불구,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어설픈 도전 보단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완벽한 준비가 됐을 때, 스스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때 무대에 서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운을 뗐다.
“아이돌에 대한, 또 조권에 대한 ‘색안경’이 분명 있는데 저 스스로 이걸 깰 준비가 안 돼있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은 콘서트와 같아 상당한 준비와 노력, 열정이 필요해요. 파격 변신? 영역 확대? 이런 단순한 개념으로 임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헤롯’은 달랐어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최연소라는 점에서 자부심도 크고, 까다로운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큰 목표에요.”
“시아준수 등 아이돌 출신이지만 뮤지컬 무대에서 제 역량을 발산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일부 ‘그냥 한 번 경험삼아’라는 태도로 뛰어든 친구들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 좀 안타까워요. 아이돌 티켓파워? 그건 다 옛날 말이죠.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또렷한 눈망울, 섬세한 손짓까지 해가며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 친구, 정말 제대로 마음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젊음의 에너지를 가장 강조했어요. 제 특유의 위트감와 경쾌함을 살리고, 감독님의 요구에 따라 요염미도 넣었죠. 정체성은 확고하지만 조권화된 ‘헤롯’? 많은 분들이 처음엔 저의 도전에 의구심을 가지셨는데 다행히 지금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 호기심을 만족감으로 바꾸는 건 제 몫이죠. ‘또 아이돌이냐’라는 시선, 아니 저 조권 ‘깝권’에 대한 색안경을 반드시 벗겨드리고 싶어요.”
물론 기존 예능에서 보여준 ‘깝권’ 역시 그의 일부다. 다만, 사람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주어진 상황에 맡는 매력을 보여주는 게 연예인의 정답. 조권은 똑똑하게도 그 답을 정확하게 수행해 왔을 뿐이다. 뮤지컬에서 보여줄 또 다른 그의 마력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그의 말처럼 아이돌들이 자신들의 인지도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 티켓파워, 홍보의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서 입지를 굳히고 새로운 가능성, 역량을 입증하는 건 아이돌 스스로에게 달렸다. 조권의 태도와 마인드는 이런 면에서 여느 아이돌보다도 앞선 출발 지점에 서 있는 듯 했다.
“가장 무서운 건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요. 어떤 움직임이든 자극제 혹은 안정제가 될 수 있지만 정지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체 체력만 소모하게 되거든요. 이번 도전은 저 스스로에게, 혹은 대중들과 팬들의 시선에 분명 어떤 계기가 될 거라고 확신해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거예요. 지켜봐주세요!”
한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오는 26일부터 6월 9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135분. 만7세이상 관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팽현준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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