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 좀처럼 보기 힘든 벌어지고 있다. 가왕 조용필(63)과 국제가수 싸이(36)가 차트에서 동시에 음원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스타의 열애와 결별, 각종 사건사고와 몰라도 그만인 신변잡기로 가득했던 연예계 소식에도 싸이를 통한 문화현상 자체에 대한 관심과, 조용필을 통한 음악 자체에 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두 사람을 병렬로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큰 맥락에서 공통점 몇 가지를 추려봤다.
◯ 트렌드는 나의 것
조용필과 싸이의 첫 번째 공통점은 두 뮤지션 모두 트렌드에 대해 기민하게 반응하는 뮤지션이라는 점이다.
먼저 싸이의 경우 유튜브라는 새로운 인터넷 미디어 툴을 통한 전세계적인 성공 가능성을 실제로 증명하고 있다. 싸이의 성공을 음악 자체에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누가 뭐래도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강남스타일’ 15억뷰), 가장 빠르게 1억뷰를 달성한(‘젠틀맨’ 80시간) ‘유튜브 스타’다. ‘젠틀맨’의 역시 익숙하고 간결한 사운드와 재치 있는 말장난, 따라 하기 쉬운 포인트 안무 등 ‘유튜브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른 작품이다.
조용필의 경우 정규 19집 앨범에서 마룬5 같은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 음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보인다. 그는 데뷔 이래 트로트부터 발라드, 디스코, 사이키델릭, 록앤롤, 프로그레시브록 심지어 민요까지 섭렵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최신의 음악 스타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왔다. 이번 앨범 선 공개곡 ‘바운스’(Bounce) 역시 젊고 발랄한 사운드로 가득하며, 1분 길이의 티저 영상에 포함된 타이틀곡 ‘헬로’(Hello) 역시 45년차 뮤지션의 작품이라고 보기엔 소름 끼칠 만큼 감각적이다.
◯ 공연은 가수의 힘
두 번째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조용필은 정규 19집이 출시되는 2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앨범 수록곡을 라이브로 들려줄 예정이다. 일반적인 쇼케이스 처럼 단출한 장소를 대여해 2~3곡 정도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단독공연 형태로 구성했다. 또 조용필은 5월 31일부터 6월2일까지 3일간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연장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공연을 연다. 3회 총 3만 명 규모다. 이어 대전, 의정부, 진주, 대구 등으로 전국투어를 이어간다. 공연장 말고는 딱히 ‘가왕’ 조용필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싸이 역시 공연장에서 처음 ‘젠틀맨’의 신곡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4월 13일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공연장인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빌려 ‘해프닝’(Happening)이란 타이틀로 4만 5천 명의 팬들과 만났다. 이후 싸이는 일주일간의 국내 체류 기간 중 일체의 방송 활동을 하지 않는다. 싸이는 이날 공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가 신곡을 발표하는 것은 모두 공연을 하기 위해서고, 공연에 레퍼토리를 늘리기 위해서다”고 자신의 공연에 대한 애정을 밝히기도 했다.
◯뮤지션의 초심
성격과 내용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이번 노래들을 통해 자신의 ‘초심’을 증명해 보였다.
싸이는 13일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두 곡을 준비했는데 하나는 ‘젠틀맨’이고, 다른 하나는 힘을 잔뜩 준 노래였다. 호불호가 갈릴 것이 예상됐던 ‘젠틀맨’을 택한 건 초심을 지키기 위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젠틀맨’은 싸이의 초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곡이다. 싸이는 데뷔곡 ‘새’를 비롯해 정규 1, 2집에서 지극히 B급스러운 정서와 거침 없는 욕설, 성적인 유머들로 가득한 노래를 불렀던 가수다. ‘멋있고 폼나는 것도 하고 싶지만’ 싸이는 ‘젠틀맨’을 통해 초심을 지킨 셈이다.
조용필의 초심은 역시 지치지 않는 실험정신과 음악 앞에 겸손함으로 드러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조용필은 가요 역사상 가장 큰 별이기 이전에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는 아티스트다. 이번에 선보이는 세련된 모던록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 조용필은 정규 19집 앨범 수록곡 중 단 한곡을 제외하고 모두 외부 작곡가로부터 곡을 수집했다. 이에 대해 조용필 측은 “스스로의 틀에서 벗어나길 원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음악적 고집이나 편견보다는 음악 앞에서 겸손한 자세 하나로 ‘더 좋은, 더 새로운 노래’를 찾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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