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편 사무실에서는 ‘미스터고’의 수장 김용화 감독이 작업 영상을 살펴보고 있었다. 27명의 애니메이터는 영화 컷 별로 링링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모습이 일사불란했다. 이들뿐 아니라 덱스터 디지털 전체 180명이 2시간가량의 영화에 달라붙어 최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지난 2009년. 영화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국가대표’까지 성공하며 ‘흥행 보증수표’라는 별명을 얻게 된 김 감독은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한편으로는 허무했다고 한다. 그에게 쏟아지는 칭찬과 상들이 좋았지만 왠지 모를 허무함에 6개월을 방황했다.
그때 그에게 야구하는 고릴라의 이야기를 풀어낼 임무가 주어졌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영화 최초로 풀3D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중국의 메이저 스튜디오인 화이브라더스로부터 500만 달러(약 57억 원)를 투자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가 투자ㆍ배급한다.
영화는 1800컷 가운데 900컷에서 고릴라가 나온다. 컴퓨터그래픽(CG)과 VFX(특수 시각효과) 기술이 사용됐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만든 뉴질랜드의 웨타디지털,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미국의 ILM 등 해외 VFX업체과 작업하려 했는데 예산이 맞지 않았다. 결국 선택한 건 독자개발. 김 감독은 사재 30억 원을 털어 회사를 차렸고, 전문가들을 데려왔다.
이들은 100만 가닥이 넘는 털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표현했다. 바람이 불 때, 비를 맞았을 때 털의 변화를 구현했다. 애니메이터들을 일본의 우에노 동물원에 보내 2박3일 고릴라를 관찰하게 하기도 했다. VFX에는 120억 원이 투입됐다. 그 결과 털과 함께, 고릴라의 꿈틀대는 표정이라든지 공을 치고 베이스를 달리는 모습 등이 실제처럼 전달돼 온다.
7월 개봉하는 ‘미스터고’는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중국 서커스단 출신의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15세 매니저 웨이웨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중화권 소녀 스타 서교가 웨이웨이 역을 맡았다. 배우 성동일이 링링의 에이전트 성충수를 연기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이 원작이다.
가상의 고릴라가 주인공일 수밖에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지만, 여주인공 서교도 주목해야 한다. 김 감독은 “서교가 20대가 되면 장쯔이를 넘어 대륙을 호령하는 여배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 감독은 또 “일단 감정이입이 안 되면 영화를 안 보게 된다”며 “기술과 더불어 드라마와 스토리 전개, 감정 등에도 균형을 잃지 않게 신경 썼다”고 전했다.
내주 공식 발표가 나겠지만 중국 내 약 1만 개 3D 스크린에서 개봉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브라더스로부터는 최소 5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을 보장받았다. 김 감독은 “인생의 목표가 1만 개 이상의 스크린에 동시에 걸리는 건데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파주(경기)=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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