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녀 이미지요? 당연히 좋죠. 하지만 그런 이미지 때문에 제 진가를 못 보시는 것 같아 속상해요.”
올해로 방송 경력 7년째인 멀티 방송인 원자현(29)의 행복 섞인(?) 불만이다. 원자현은 지난 2007년 일본 KTF 글로벌 웨더자키로 데뷔해 KBS 1TV ‘남북의 창’, 손바닥TV ‘원자현의 모닝쇼’ 등으로 시청자를 만나는 전문 방송인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어떻게 잊겠어요. 저마다 인생엔 기회가 세 번 찾아온다는데 그때가 그 중 한 번이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런던올림픽 리포터도 맡게 됐구요. 그렇지만 지금 제 위치가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아요.”
“방송만 7년째”라는 그는 “이 바닥에선 센 사람 보다 오래 남는 사람이 이긴다더라. 대기만성을 꿈꾼다”고 했다.
원자현은 얼굴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몸매가 완전히 드러나는 선정적인 의상이 지상파 방송에 부적합하단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가 입고나오는 의상은 매번 도마에 올랐고, 누리꾼들의 관심사가 됐다.
“의상이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누구나 그렇게 입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코디들과 상의해서 고른 거였구요. 악성댓글에 시달리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금세 털어냈어요. 여성에게 섹시하다는 말은 칭찬이잖아요. 다만 그 이미지 때문에 제 진가가 묻히는 게 속상해요.”
원자현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방송 진행에 관한한 어떤 포지션이든 자신 있다고 했다. 가장 즐거운 일이자 잘할 수 있는 일이란다. 실제로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들마다 입을 모아 칭찬한다. “원자현 방송 참 잘한다”고. 지난 19일 100회를 맞는 케이블채널 XTM ‘남자공감랭크쇼 M16’가 이를 증명한다.
“‘남자공감랭크쇼 M16’이 100회를 맞았어요. 한 프로그램을 3년 동안 진행했네요 저도.(웃음) 저희 프로그램은 이름 그대로 남자들의 세계를 다뤄요. 매회 새롭죠.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폭력’ ‘가장 괴상한 일’ 등 다양한 이슈들이 쏟아져요. 남성분들의 관심사를 알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웃음)”
◇ 결혼하려고 시작한 방송, 너는 내 운명
인터뷰 내내 원자현은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허위와 가식의 옷은 애초에 벗어던졌다. 노련한 향기만 가볍게 걸친 나신의 모습이다.
“아버지가 시집가려면 학위와 직업이 있어야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대학교 재학 당시 교제 중인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죠. 졸업과 동시에 웨더자키로 데뷔해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까지 결혼은 못했네요?(웃음)”
현재 남자친구가 없다는 그는 “방송과 연애 중”이라고 말하며 민망한 듯 박장대소 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에요”라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게 본능”이라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리얼 시추에이션 시트콤’에 출사표를 던지며 또 다른 가능성 증명에 나선 것. 지난 19일 방송된 MBC 에브리원 ‘9 to 6: 나인 투 식스’가 그것이다.
“연기하고 싶었어요. 제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었거든요. 제겐 엉뚱하고 코믹한 모습도 많아요. 정극을 하기엔 경험이 없으니 시트콤부터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인투식스’는 리얼 시추에이션 시트콤이에요. 시청자 여러분께 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흔쾌히 섭외에 응했어요. 잘하고 싶고 잘할 거라 믿어요.(웃음) 스마트한 오피스 레이디를 선보일 테니 기대해주세요.”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건 TV쇼를 하는 게 꿈이라는 그녀. “방송은 철저히 자기와의 싸움”이라며 누구와의 비교도 거부한다. 그러면서도 선배 방송인 김원희의 이름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원자현은 재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올해 활동 영역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넓혔다. 고정된 이미지를 벗기 위
“‘섹시녀’로만 불리고 싶지 않아요. 아직 절 모르는 분도 많이 계시구요. 제가 얼마나 방송을 사랑하는지, 프로페셔널한 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시청자 여러분께 좋은 방송인으로 인식되고 싶어요. 진심은 언젠가 꼭 통하겠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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