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 정말 출연하고 싶었어요. 소속사 문제가 불거졌긴 했는데 (2012년) 12월31일 계약이 종료되면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던 거였어요. 1월 초부터 준비를 해야 했는데 전 소속사와 여러 가지가 부딪혀 여의치 않았죠. 거의 출연을 반 포기한 상태였는데 고맙게도 PD님과 작가님들이 기다려주셨어요.”
다시 한 번 재도약의 기회를 잡은 그는 기억을 잃은 비리검사였다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정의를 위해 나서는 이차돈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했다. ‘돈의 화신’은 강지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고, 또 코미디부터 정극까지 여러 가지 장르가 혼합된 작품이기도 했다.
강지환은 사실 이차돈 역할을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는다. 한 회에 가벼운 모습을 보이다가 진중한 연기를 펼쳐야 하는 등 연기의 진폭이 커야 했다. 검사와 변호사를 연기하니 어려운 용어, 대사의 양도 많았다.
강지환은 “아역은 진지했는데 내가 처음 등장할 때 코믹 톤으로 바뀌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당황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말마따나 ‘돈의 화신’은 시청자로서도 배우들이 연기할 맛이 났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MBC TV ‘백년의 유산’에 비해 시청률은 낮았지만 화제성은 높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그의 전작인 ‘내게 거짓말을 해봐’나 ‘커피하우스’ 등에 비해 시청률과 화제성도 높았다. 그는 “많은 사람이 ‘굳세어라 금순아’를 많이 꼽으시는데 이번에 달라졌다. 7~8년 만에 다른 드라마 작품을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또한 ‘돈의 화신’은 최근작인 영화 ‘차형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 물론 그는 “‘차형사’도 꽤 흥행을 했다”며 “우리 영화 이후로 1000만 영화들이 시동이 걸려 묻힌 케이스일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다른 영화들이 무척 잘 돼 억울한 느낌이 강하단다.
‘돈의 화신’에서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건 차돈과 세광(박상민)의 두뇌 싸움이다. 정의로운 검사인 척하는 세광은 결국 벌을 받지만, 그전에는 이리저리 잘도 빠져나갔다. 어렸을 때 두뇌를 다친 차돈은 엄청난 기억력으로 세광을 압박했다. 매회 두 사람의 일촉즉발의 긴장상황을 보는 맛이 쏠쏠했다는 평이 많다.
강지환은 “작가님이 힘들어하셨다”며 “차라리 두 사람이 바보였다면 쓰기 쉬웠을 텐데 천재라서 많은 걸 체크해야 했다. 쓰면 이걸 다시 감수하고, 확인도 해봐야 했다. 작가님이 다시는 두 주인공이 천재라는 설정의 이야기는 안 쓰겠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정음씨는 ‘지붕 뚫고 하이킥’이라는 시트콤으로 주목받기 시작하고 스타가 됐잖아요. 그다음 행보가 중요한데 장기간 진행되는 정극 ‘자이언트’를 하는 걸 보고 진정한 배우의 길을 택했구나 했죠. 시트콤을 하면 로맨틱 코미디나 미니시리즈 주인공하고 싶었을 텐데 말이죠. 그런 행보를 보니 개인적으로 예쁘고 좋게 봤었어요. 뭐, 그 친구도 어디 나가면 강지환이라는 선배 배우를 좋게 봤다고 말해줘서 고마운 것도 있었지만요.”(웃음)
재인은 ‘뚱녀’였다가 ‘성형미인’이 됐다. 쳐다도 안 보던 차돈은 재인과 애틋한 감정이 피어난다. 결혼 적령기인 그에게 결혼할 상대가 성형미인이라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으니 “예전에는 안 좋게 보였는데 이제는 보편화가 되어서인지 별 거리낌은 없다. 또 지금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과거가 어땠는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다만 과거 사진 같은 건 안 보이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센스 넘치는 답변을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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