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유진의 가치는 시청률로 곧바로 증명된다.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만 해도 시청률 25%를 훌쩍 넘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유진을 떠올리면 ’S.E.S’라는 걸그룹 이름과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생각나는 것 보면 당시 열일곱 유진이 우리에게 줬던 충격은 상상보다 훨씬 컸나 보다.
요정출신 연기자의 고민
최근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겸업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유진은 원조 아이돌 가수인 동시에 원조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기도 하다.
"제가 첫 주자였죠. 다행인지 그때는 따가운 눈이 덜 했어요. 아마 처음이라 기대치라는 것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겠죠. 제 이후로 아이돌 가수들이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우려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 같아요. 저를 비롯한 누군가가 기준이 되고 그 기준들이 점점 매서워진 것이 아닌가 싶어요."
2002년에 KBS 드라마 ’러빙 유’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으니 햇수로 12년 차다. 가수로 활동한 시간보다 배우로 활동한 시간이 이제 훨씬 길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건 맞아요. 그러다 보니, 겁 없이 했죠. 이게 사람들이 색안경 끼고 볼 일이다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시놉시스가 들어오니 해도 되는 거구나’ 싶었죠.(웃음)"
MC나 집필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히 높은 진입 장벽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 탓에 그 벽을 못 느꼈던 것에 가깝다. 하지만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넘어야 할 산은 분명히 있었다. 다른 경쟁자들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었다.
"요정 이미지를 깨고 싶었죠. 일부러 공주처럼 예쁜 건 안 했어요. 시골 촌년, 왈가닥, 미혼모, 지금은 이혼녀를 하고 있잖아요. 캐릭터에 몸을 사리지 않았어요. 저한테 꼭 넘어야 할 벽이었죠."
’백년의 유산’을 선택했을 때 나는‥
유진이 ’백년의 유산’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캔디 형 캐릭터는 분명 지금까지 유진이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몰라도, 이혼녀라는 설정에 가족 드라마라는 장르는 유진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경험을 해본 것이라면 더 쉽겠지만 시집살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만들어보고 싶었고, 할 수 있다고 생각을 믿고 시작했죠. 저에 비해서 너무 착하기만 하고, 인내심도 너무 강한 여자에요.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건 아니죠. 제가 못됐다는 말은 아니고요."(웃음)
자신 안에 없는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해야 하니 대본 공부가 더 많이 필요하다.
"대본에서 다 찾아야 해요. 대사 하나하나 지문에 쓰여 있는 동작이라던가, 감정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추리해야 하죠. 어떤 대사가 주어졌을 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저 스스로 납득이 될 때까지 계속 상상하고요."
유진은 아직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기나 하고 싶은 연기가 너무 많다고 설명한다.
"스스로가 연기 폭이 좁다고 생각해요. 매 작품을 선택할 때 제 나름대로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던 건 사실이지만, 사실 배우란 캐릭터를 줘야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제게 주어진 캐릭터들이 한정적이었는지도 모르죠. 장르적으로 본다면, 아예 ’브릿지 존스의 일기’ 같은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요즘에는."
남편 기태영의 반응은?
남편은 유진이 연기를 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같은 연기자이기도 하지만 평생을 함께하자는 약속을 할 만큼 큰 믿음을 가진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다.
"솔직한 사람이에요. 근데 좋을 때만 솔직한 건가? 연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 하거나 고치라는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에요. 좋았다는 얘기만 가끔 하는 정도죠. 대신 그런 얘기는 많이 하죠. ’너무 예뻐서 폭넓은 캐릭터가 들어오기 어렵다’고."(웃음)
두 사람이 2011년 7월 결혼했으니 작품이 끝나면 2주년을 맞는다. 이제 2세까지 함께 있는 ’가족’을 만들 때도 됐다.
"아이를 너무 좋아해요. 아이에 대한 마음은 사실 결혼하기 전에 더 컸어요. 입양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원더걸스 선예를 보면서 결혼을 일찍 하고 일찍 아이를 낳고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이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보려고요."
유진은 사랑과 결혼, 출산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했다. 또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감 역시 숨기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그 사람과 아이를 갖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순서를 따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결혼할 사람과 사랑하고, 아이를 갖고 싶어 결혼 하는 건 아니죠. 지금은 그 순서에 맡기고 있는 중이에요. 결혼을 하면 남자들이 안정을 찾는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여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 안정이 주는 편안함과 행복함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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