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청담동 한 카페에서 배우 김혜수(42)를 만났다. 그녀는 아직까지 ‘미스김’을 완전히 떠나보내지는 못한 듯 했다. 말투와 행동에서 여전히 ‘미스김’의 습관이 남아있었고 인터뷰 내내 작품에 대한 깊고 애잔한 무언가가 전해졌다.
가벼운 종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혜수는 “매번 모든 작품이 끝나면 함께 했던 배우들과 정이 들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유독 그렇네요. 또 이런 사람들,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라고 말끝을 흐렸다.
매 작품마다 지독한 열정을 내뿜는 ‘베테랑’ 그녀이지만 사실 이번 작품은 유독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대본 첫 신을 보는 순간 푹 빠져버렸어요.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미스김’에 대한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이같이 답했다. 그동안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캐릭터에 본능적인 이끌림을 느꼈다고 했다.
“원작을 기본 골자를 하되 국내 정서에 딱 맞아떨어졌고 캐릭터 자체가 재미와 여운을 함께 지녔더라고요. 생존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갖는 절박함, 동시에 내면의 판타지를 기가 막히게 충족시켜주는 캐릭터였어요.”
탄탄대로가 예상됐다. 배우 스스로의 자신감도 충만했다. 때 아닌 12년 전 논문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기 전까지는. 표절 논란에 휩싸인 김혜수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공식석상에 나와 “논문 작성 당시 스스로 표절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이나 경계·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이유 불문 무조건 사죄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다만 “배우의 본분에 맞게 최선에 작품에 임해 신뢰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을 뿐.
“첫 회 대본을 보는 순간부터 완전히 몰입 됐을 정도로 작품에 푹 빠진 상태였어요. 작가에 대한 존경심까지 생길 정도로 작품에 대한 희열이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표절)사건이 터진 거예요. 당혹 그 자체였어요.”
김혜수는 담담히 당시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촬영은 이미 시작됐고 방송은 한 주 남았는데 정말 괴로웠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주연 배우로서 진정한 역할은 무엇일지 고민 또 고민했죠. 개인적인 잘못으로 인해 동료들에게 더 큰 피해를 끼칠 순 없었어요. 하차를 고민했지만, 또 스스로 위축되고 힘들었지만…결국 묵묵히 저의 길을 가기로 했죠. 무려 4kg이나 빠졌답니다!”
그가 애써 웃음을 지었다. 당시 겪었을 고뇌와 당혹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그는 “우선 팀원 모두에게 이 같은 상황을 전하고 진심으로 미안함을 표했어요. 다행히 모두가 흔쾌히 저를 응원해줬고 큰 힘이 됐어요.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녀 특유의 진실함과 겸손함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한층 진지해진 눈빛으로 “드라마는 결국 협업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든 복합적인 요인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정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게 모여 빛을 발휘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대사 하나 하나, 각각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입혀준 작가와 매순간 투혼을 발휘한 스태프, 그리고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현장, 인간미 넘치는 배우들까지. 사실 노력 여부를 떠나 작품에 대한 평가나 시청자의 반응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부분인데 정말 다행이에요. 칭찬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니까.”
배우로서 이미 오래전부터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그녀다. 앞으로 그녀 스스로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일지 물었다. 답은 역시나 명쾌했다.
“어떤 배우로 살아갈 지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그냥 떵떵 거리고 잘 사는 게 목표는 아니에요.(하하!) 늘 배우 김혜수 보다는 인간 김혜수를 우선으로 살아왔던 저이기에, 여전히 그런 가치관으로 살아가겠죠. 스스로의 행복이 배우인 저에게도 분명 좋은 시너지를 낼테니까. 엄살 부리지 않고 더 열심히 살려고요. 그리고 더 치열하게 연기하겠습니다. 아자 아자 화이팅!”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