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정은 '백년의 유산' 전 tvN '노란복수초'에서도 악녀 역할 탁월하게 소화한 까닭에 '악녀 전문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이 낯설지가 않다. "믿고 맡겨주신 것이니 감사하죠." 작품 속 표독스러운 캐릭터의 표정은 간데없이 어린 아이처럼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활짝 웃는다.
"악역은 보통 격한 감정의 표출이 많아요. 그래서 잘못 표현하면 보시는 분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수위 조절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런 격한 감정표현 속에서 복잡 미묘한 내면에 심리상태까지 고스란히 전달해야 하니,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악역은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 시선이 현실에서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백년의 유산'이 시청률 30%를 넘으며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대놓고 뭐라 하시는 분은 아직 없었지만 절 알아보시고 뭐라고 속닥이는 걸 보면 속상하기는 하죠.(웃음) 시청자분들이 배우 윤아영을 주리로 생각하실 만큼 드라마에 이입할 수 있게 연기했다는 걸로 스스로 칭찬하고 있어요."
주리에 대한 연민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나쁜 여자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전 주리라는 여자가 단지 덜 성숙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사랑 때문이었고, 그것이 증오라는 감정과 복수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건 그녀가 근본적으로 나쁘다기 보다는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건 철규도, 방여사도 마찬가지죠."
배우들의 경우 캐릭터에 따라 실제 생활에서까지 감정이 따라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밝은 역할을 하면 소심하던 사람이 평소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기구한 운명을 연기하다 보면 실제 성격도 우울해 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윤아영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여기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자기 최면과 시간뿐이다.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내 연기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견디는 수밖에 없어요. 다행스럽게도 작품이 후반부에 들어오며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있는 중이라 사람들도 만나고 기분 전환도 하면서 조금씩 저로 돌아오려고요. 사실은 시간밖에 답이 없어요."
연기가 자신을 비우고 전혀 다른 인격을 채워 넣는 과정인 만큼, 역설적으로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느 상황에서든 무엇보다도 진정성이잖아요. 목표에 대한 진정성이 될 수도 있고, 사람과 사람의 진정성이 될 수도 있죠. 연기에 있어서는 내 상황에 내가 상대방과 주고받는 대화가 가짜가 아니라는 것이겠죠. 그것에 대한 제 스스로의 믿음인 것 같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