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트러블 메이커인 것도 비슷한 점일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얘기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이홍기가 현실에서 그렇게 문제를 일으킨 것 같지는 않다.
이홍기는 “저희도 뭔가 돌발 사고나 일이 무척 많았다”고 웃으며 “길거리에서 상대방이 시비를 걸어 5대 5로 싸운 적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또 “안 좋은 사건에 몰리기도 했는데 어이가 없어 삼자대면도 했다. 말도 안 됐다.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를 시작으로 어렸을 때부터 12년을 연예계에 있으면서 다양한 일을 겪었던 이홍기. 연기하며 찾는 곳이 많아지다 보니 다른 아역 배우들의 부모로부터 시기를 받기도 했다. 볼 것, 못 볼 것도 다 보고 안 좋은 경험도 꽤 있다.
“감독님과 어떤 배우가 대기실에서 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에게 사기 치는 것도 다 봤어요. 나나 나보다 어린 친구들, 형들이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이런 것을 다 보고 자라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물론 그 와중에도 여우처럼 자란 애들도 많아요.”(웃음)
이홍기는 “극복이라고까지 할 건 없었다”며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철은 없어도 ‘이건 아니다’라고 하는 게 있어서 오히려 19살, 20살이 되니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웃었다. FT아일랜드 멤버가 된 게 어떤 분출구를 찾으려는 방법이 아닐까 했는데 “중학교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노래방도 다니고 방황을 했는데, 아이들로부터 노래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또 자연스럽게 가수가 됐다.
과거 연기 경험이 있긴 하지만 커다란 스크린의 영화로 팬들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뜨거운 안녕’은 충의가 봉사활동을 하며,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암환자들의 희망이자 꿈인 록밴드 ‘불사조 밴드’ 결정을 도우면서 진정한 삶과 사랑에 눈뜨게 되는 이야기다.
“처음 촬영에 들어갈 때 땀을 정말 많이 흘렸어요. 감기 걸린 것처럼 열이 펄펄 났죠. 죽는 줄 알았어요. 무대에서는 진짜 편하고 안 떨리는데 영화 촬영을 위한 카메라 앞에서는 긴장되더라고요.”
물론 처음에만 그랬다. 한 번 촬영하니 편하게 적응을 했다. 이홍기는 “왜 배우분들이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지 알겠더라”며 “드라마보다 시간이 여유로운 것도 있지만 일단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좋아했다.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이홍기는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했다. 소속사는 이홍기가 해야만 하는 역이라며 적극 권했지만, 비슷한 이미지 소비가 싫었다. 이미 드라마에서 몇 차례 가수 역할을 했던 탓도 있다.
하지만 소속사는 ‘다시 읽어 보라. 안 하면 후회한다’는 말에 시나리오를 두 번 정독했다. 처음에는 호스피스 병원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는 그는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대사와 장면들이 연결됐다. “내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작품이라고 느꼈다”는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요즘 들어 아이돌 가수가 연기 분야에 자주 진출한다. 연기를 향한 갈망인 것 같으면서도 소속사에서 시키는 것 같은 인상도 짙다. 연기 선배로서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어렸을 때 선배들에게 보고 배운 것은 진짜 갈망이었어요. 저도 그랬죠. 막내삼촌이 패션모델이라서 일하는 곳에 구경하러 갔는데 우연히 캐스팅됐어요. 거기서 또 연기도 가능하게 됐는데 그때는 에이전시를 다 돌아다니면서 오디션도 보고했어요. 결과를 기다리는 두근거림이 있었죠. 휴대전화 CF에서 유승호와 최종까지 갔는데 제가 떨어진 기억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 맛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회사에서 다 알아서 해주니깐요. 그건 아쉬운 것 같아요.”
지금은 가수로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있지만 원래 꿈은 연기자라는 이홍기는 앞으로도 더 많은 연기 활동을 하고 싶은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본받고 싶은 배우들로 송강호, 설경구, 하정우를 꼽으며 연기를 향한 관심을 드러냈다.
“설경구 선배를 보면 평상시에는 그냥 설경구라는 사람인데, 형사 역을 맡거나 다른 특정 역할을 맡으면 진짜 그 인물이고 그 직업인 것 같아요. 송강호 선배도 이미지 변신이 자유자재로 잘 되시는 분 같고요. 하정우 선배도 말 안 해도 정말 매력적이잖아요. 이분들이 제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