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에서 ‘백건우의 섬마을 콘서트’ 제작발표회에도 윤정희는 백건우보다 10분여 일찍 행사장에 나타났다.
당대 최고 여배우였고 최근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여전히 대배우로서 녹슬지 않은 면모를 과시했던 윤정희는 이날 수수한 차림으로 행사장에 등장하자 마자 기자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윤정희는 “죄송한 말씀드립니다. 남편이 연습을 하고 택시로 넘어오시는데 비가 와서‥. 제가 대신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라며 허리를 잔뜩 굽히고 연신 미안하다를 반복했다. 장내에는 일순간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기자 간담회 자리에는 윤정희의 이름표가 백건우 옆에 나란히 세워져있었다. 행사가 시작하기 직전 윤정희는 주최측에 공식석상에 같이 서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이름표를 빼 줄 것을 부탁했다. 행사가 시작하자 사회자가 윤정희에게 동석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 백건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를 손짓으로 불렀다.
백건우와 옆 자리에 앉은 윤정희는 “이렇게 남편이 뭘 할 때 옆에 있는 건 처음있는 일이네요”라고 웃었다. 늘 옆이 아니라 뒤에서 보좌를 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뜻이다.
윤정희는 백건우의 공연이나 공식석상에 늘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부부가 함께 다닌 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연주가가 연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할 수 없는 걸 다 해줘야 해요. (남편에게) 내가 필요하니까 함께 하는 거지요”라고 말했다.
윤정희는 “청중들의 반응을 알려주고, 할 일이 참 많아요. 영화 ‘시’를 촬영할 때도 계약할 때 조건 적어도 4번은 연주여행을 같이 다녀야 한다는 게 있었어요. 이창동 감독이 다행히 이 조건을 수락해줬죠. 행운이였고, 당연한 것이었죠”라고 설명했다. 윤정희는 “무엇보다도 제가 클래식을 좋아해요. 남편 음악을 들음으로써 행복해요”라고 덧붙였다.
윤정희는 2011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섬마을 콘서트에 남편과 동행할 예정이다. 윤정희는 2011년 3개 섬에서 진행됐던 콘서트 당시를 회상하며 “(섬마을 콘서트를 가기 전에) 이 아름다운 음악이 학생들, 젊은 친구들, 그리고 할머니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 생각했어요.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들을 보면서 음악의 힘을 느꼈어요. 연평도 공연에서는 한 할머니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평생 이렇게 좋을 수 없다, 아름다울 수 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음악의 아름다움이 제대로 전달이 됐나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올해 ‘백건우의 섬마을 콘서트’는 6월 3일 울릉도, 7일 사량도에서 2회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에서 쇼팽의 ‘야상곡’과 리스트의 ‘베네치아와 나폴리’,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등 피아노 곡을 주민들에게 선사한다. 이번 공연은 MBC를 통해 다큐멘터리로 제작된다. 황인뢰 PD의 첫 다큐멘터리 작품이기도 하고 소설가 황경신이 작가로 참여했으며 7월 중 방송 예정이다. 37년째 이어가고 있는 이 노부부의 여정도 모습도 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