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라띠마’에서 노출도 불사하고 호연한 신인 배우 박지수(25)는 “김수현씨와 내가 동갑이더라.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잘 되길 바라지만, 같은 나이인 내가 나오는 우리 영화도 다른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물론 읍소는 아니다. 수줍은 듯하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친다.
6일 개봉한 ‘마이 라띠마’는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없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남자 수영(배수빈)과 돌아갈 곳도 머무를 곳도 없이 세상에 고립된 이주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가 절망의 끝에서 만나 희망과 배신의 변주곡을 담은 작품.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박지수의 열연에 깜짝 놀랄 영화다. 실습 과목에서 연기를 배운 게 박지수에게는 전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대 미술을 공부했다는 그는 “‘마이 라띠마’가 이쪽 길을 걷도록 결심을 서게 해 준 작품”이라고 짚었다. 무대 미술과 의상에 관심이 있던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연기로 넘어갔고,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또 자연스럽게 배우가 됐다.
“오디션 때 대본을 충실히 따랐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특기도 보여주고 했는데 저는 욕심 부리지 말고 할 것만 하자고 생각했죠. 아, 다른 영화 얘기도 많이 했어요. 애니메이션 좋아한다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감독님과 통하는 게 있었나 봐요. 다행이었죠.”(웃음)
감독이 된 배우 유지태의 첫인상을 물으니 “키가 크셔서 눈이 위로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고 까르르 웃었다. “아빠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어요. 자상하게 대해 주셨거든요. 물론 감독님이시니 쉽게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요.”
박지수는 “감독님 말 한 마디 한 마디 귀담아들으려고 노력했다”며 “내가 촬영할 때 말수가 많지 않았는데 말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유 감독이 자신을 향해 칭찬을 건넨 말을 잊지 못한다. “카메라 테스트하실 때 ‘화면을 뚫어지게 보시더니 되게 매력 있으시네요?’라고 하셨어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라띠마의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좋았죠.”(웃음)
영화는 노출신이 있지만 박지수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관객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다”며 “베드신이 주가 되는 영화가 아니었다. 다른 영화였다면 걱정했을 텐데 한 사람 인생의 성장통과 관련한 게 더 감명 깊었다”고 기억했다.
같은 학교 후배 김고은이 영화 ‘은교’로 지난해 신인상을 휩쓸었다. 제2의 김고은이라는 평가를 받을 거라고 생각해 봤을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찍은 영화이고, 제가 ‘은교’ 오디션도 봤다고 하니 연관해서 가끔 물어보시는 것 같아요. 고은이랑 알고 있는 사이긴 해요. 서로 응원하고 있죠. 다행인 게 저희 영화가 개봉이 좀 늦어져서 고은이와 비교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서로 잘해서 주목받으며 활동하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