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뜨거운 여름을 후끈하게 달궈줄 걸그룹 전쟁이 시작됐다. 6월 초 부터씨스타, 애프터스쿨이 나란히 컴백한 데 이어 달샤벳, 걸스데이, 2NE1 등 쟁쟁한 걸그룹들이 컴백 대기 중이다.
컴백과 동시에 음원 차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씨스타와 퍼포먼스 1인자의 자존심을 고스란히 담아낸 퍼포먼스로 탄성을 자아내는 애프터스쿨. 이들의 컴백 전략이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2010년 ‘Push Push’로 데뷔한 씨스타는 ‘가식걸’, ‘Ma boy(씨스타19)’, ‘니까짓게’, ‘So Cool’, ‘나혼자’, ‘러빙유’, ‘있다 없으니까(씨스타19)’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순식간에 가요계 걸그룹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러빙유’ 이후 1년 만에 돌아온 씨스타의 컴백 전략은 한 마디로 걸그룹 계보의 ‘방점’을 찍기 위한 안정화 전략으로 보인다. 쇼케이스에서 멤버들이 스스로 밝혔다시피 ‘기브 잇 투 미’의 기존 앨범과의 차별성은 “기존 선보인 모습의 총집합”이다.
‘나혼자’, ‘있다 없으니까’, ‘소 쿨’ 등으로 보여준 대중적이면서도 파워풀하고 에너지 넘치는 선곡은 인상적이다. ‘완전체’ 씨스타의 최근작 ‘러빙유’를 통해 환상의 콜라보를 자랑한 이단옆차기와 다시 의기투합한데다 김도훈의 세련된 편곡이 가세, 요즘 대중이 즐겨 찾는 최신 트렌드를 제대로 입었다.
그런 의미에서 씨스타는 기존 씨스타 색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자기복제’라는 치명적인 지적에도 이들은 그 스스로를 뛰어넘었다. 이는 씨스타가 그만큼 대세로 자리잡았고, 가요계에 씨스타라는 브랜드네임이 이미 통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그들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발랄함 혹은 섹시함으로 대변되던 씨스타의 퍼포먼스는 이번 ‘기브 잇 투 미’를 통해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영화 ‘물랑루즈’나 ‘태양의 서커스’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는 파워풀한 댄스곡 그리고 효린, 소유의 폭발적인 보컬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애프터스쿨에게는 ‘재난돌’이라는 애칭이 있다. 이상하리만큼 컴백 시점마다 천재지변이나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발생, 이들의 컴백이 묻히기 일쑤였던 것. 실제로 ‘뱅’으로 컴백했을 당시에는 천안함 사태로 음악방송이 결방되는 등 모든 연예계 이슈가 수몰되다시피 했다.
오렌지캬라멜 등 유닛 활동과 멤버 개별 스케줄 위주로 활동을 이어온 애프터스쿨이 완전체로 돌아온 것 역시 1년 여 만이다. 특히 이들은 ‘너 때문에’의 영화를 함께 누렸던 스타 프로듀서 용감한형제와 다시 손을 잡았다.
용감한형제는 애프터스쿨 이후, 씨스타와 종종 작업을 해오며 그들을 스타 걸그룹 반열에 오르게 한 장본인이다. 때문에 용감항형제와 애프터스쿨의 조우가 공교롭게도 씨스타와 활동 시기를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장외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결과물은 어땠을까. 감히 ‘대박’이라 말하고 싶다. 분명 ‘첫사랑’은 애프터스쿨이 기존 선보여온 강렬하고 파워풀한 건강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혹자는 ‘장마철에 어울리는 끈적한 선곡’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첫사랑’은 고혹적이고 몽환적이다. 강렬한 한 방이라는 노림수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보다 두 번, 두 번 보다 세 번 들었을 때 곡의 진가를 볼 수 있는, 이것이야말로 중독성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곡이다.
여기에 더해진 퍼포먼스는 가히 ‘걸그룹 퍼포먼스 1인자’다운 모습이다. 애프터스쿨이 준비한 퍼포먼스는 폴 아트, 일명 폴 댄스(봉춤)다. 이들은 봉춤이 주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뛰어넘어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처럼 승화시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