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하면서 오랜만에 욕먹어 봤어요. ‘바보 같다’고도 하고, ‘스토커냐?’는 얘기도 들었네요. 초반에는 상대 여배우를 막 대하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분명히 홍경두를 이해할 거라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웃음)
유준상은 극 중 천재 딸을 기르는 무식한 아버지로 등장했다. 자신과 관련한 기억을 잃은 여자 정이현(성유리)을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했다. 막무가내 같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은 결국 통했다.
사실 그는 초반 홍경두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총 18부에서 앞부분만 보고 참여했다. 홍경두가 변화되리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어떤 전개를 보일지는 매주 작가에게 물어봤다. 그는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걸 원하지 않았는데 작가님이 주위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앞으로 나아갔다”고 좋아했다.
유준상은 흥행은 되지 않았지만, 호평받은 드라마라서 그런지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시청률이 낮다고요? 그동안 겪어온 게 많아요. 예전이면 아쉬워했을 텐데 5%, 2.5%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도 했었어요. 좋은 드라마를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아쉬움과 후회가 없어 좋아요. 다만 제목이 막장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어 ‘안아주세요’라고 바꾸려고 했는데 선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심의 결과에 다시 ‘출생의 비밀’이 돼 작가님이 제목을 바꾸지 못할 걸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유준상은 ‘출생의 비밀’에 출연하면서 ‘그날들’도 함께했다. 몸이 한 개로는 부족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스케줄이 바빴지만 ‘출생의 비밀’ 현장이 무척이나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유는 성유리와 갈소원이 있었기 때문. 유준상은 “유리와 소원이는 힐링녀”라며 “이 두 사람만 같이 있으면 밤새 촬영을 해도 안 힘들다”고 웃었다.
“유리는 일단 밝아요. 대사가 많은데 NG를 안 내요. 그건 소원이도 마찬가지고요. 소원이도 책임감이 정말 대단해요. 유리 같은 경우는 상대의 스케줄을 다 맞춰주며 찍어줬어요. 보통 여배우들은 안 그런데 한 신 찍으려고 현장에 와줬죠. 또 연기 논란 없을 수밖에 없는 게 정말 연기를 잘하잖아요.”
유준상은 다만 성유리가 아이를 낳지 않아봤으니 아이를 낳는 장면에서 조언을 했다고 기억했다. “‘유리야, 힘을 더 줘야 한다. 아이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힘을 더 줘. 힘을 내 유리야. 으아아아~~’라고 했어요.(웃음) 그런데 극 중에서는 본인이 아이 낳는 걸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엄마가 아닌 게 더 몰입이 잘 된 것 같아 보이더라고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가족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와 떨어지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그는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간다. 우리 애들 입에 밥 들어간다는 대사가 주내게 는 위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유준상은 몸이 한 개로는 부족한 연기자가 맞다. 대학로에서 군장대 뮤지컬학과 겸임 교수까지 한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배우로서 말고도 가르치는 게 재밌더라고요. 학교에서 훈련받고 사회에서 경험한 것들을 아이들한테 알려주죠. 수업시간에 동물원이나 전시회도 가요. 동물 행동 따라 하기 같은 걸 과제로 내주기도 하죠. 즐거워요. 하하하.”
유준상은 예순이 되어서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특히 자신을 있게 해주고, 오래전부터 활동해온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은 하면 할수록 힘들어요. 부담도 많이 되고요. 제 나이에 신경을 써야 할 게 많거든요. 컨디션 난조 탓에 가사가 생각 안 나기도 하는 등 스트레스도 많지만 그걸 이겨내고 커튼콜 하는 순간이 좋아요. 5분도 안 되는 시간 때문에 2시간 40분을 공연하지만 그때 안도할 수 있고, 기분도 최고죠. 또 뮤지컬에서 훈련된 게 영화와 드라마에 도움이 됐다고도 생각해요. 40대 중반에 활동할 수 있는 것도 큰 복이죠. 그래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연습을 해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