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은 8일 오후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를 처음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대표’에서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데 이어 야구를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미스터 고’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그의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서교)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수퍼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 4년 여 동안 400여 명의 스태프가 ‘미스터 고’를 통해 아시아 최초의 입체 3D 디지털 캐릭터 링링을 완성해낸 것은 물론, 국내 영화 최초로 3D 리그 카메라 촬영을 시도해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의 활약을 리얼하고 역동적으로 담아냈다. 순제작비만 225억 원이 들었다. 중국 3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화이브라더스가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고릴라 링링이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고릴라와 인간의 소통을 비롯해 감동과 재미를 모두를 잡으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김 감독은 가상의 고릴라를 실제 있는 것처럼 풀3D 영상을 구현하고,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놓은 자신감이 넘쳐났다.
극 중 링링이 소속된 곳은 두산 베어스, 상대 구단은 NC 다이노스로 정했다. 실제 팀이 등장한다. 김 감독은 “두산 그룹이 기업 문화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단 쪽에서 흔쾌히 응했던 곳온 영화에 많이 나왔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영화 속에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추신수(신시내티), 류현진(LA다저스) 선수, 일본 톱스타 오다기리 죠가 카메오 출연한다. 김 감독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부탁했다”며 “다들 흔쾌히 해줬다. 돈은 10원도 받지 않았다. DVD라도 빨리 나오면 보내주고 싶다. 정말 보고 싶어하더라”고 웃었다. 이어 “오다기리 죠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만나 이 영화 얘기를 했는데 우정출연하고 싶다고 하더라”며 “한국에서도 만나 술 한잔했다. 또 친해서 부탁했는데 흔쾌히 들어줬다”고 말했다.
오다기리 죠는 링링을 영입하고 싶어하는 일본의 주니치 드래곤즈 단장 역으로 나오는데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스타일로 등장해 폭소를 자아낸다.
김 감독은 중국 지린성 대지진과 연변의 서커스단 등 중국 배경이 나오는 것과 관련, “중국에서 찍은 건 한 장면도 없다”며 “대지진 장면은 대치동에서 찍었고, 연변의 서커스장은 충남 서산에서 찍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국내에서 촬영하며 더 집중할 수 있게 VFX(특수효과)를 잘 이용했다. 그런 부분들도 모두 화이브라더스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부분이다. 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중국에 오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미스터 고’ 속편 계획도 알렸다. 그는 “속편은 시작 단계에 있다”며 “할리우드 큰 스튜디오 중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스튜디오 부사장과 개별적 상영이 예정돼 있다. 일본의 큰 회사와의 상영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속편은 이번 영화의 흥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런 영화는 시리즈로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이어 자비까지 털어 세운 제작사 덱스터스튜디오의 향후 이용 방안에 대해서도 “식구가 200명으로 늘어난 상황인데 지금 개발한 기술들을 다른 감독님이나 한국영화들이 이용해 세계 시장에 갈 수 있도록 미력한 힘이나마 적극적으로 도우면 좋겠다”고 바랐다.
링링의 매니저 웨이웨이를 연기한 서교는 “배우가 슬픈 연기를 할 때 눈물을 흘려야만 슬픈 걸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웃으면서 슬픔 표현하는 게 오히려 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작품 하면서 많은 걸 배워 감사하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또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에서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한국 팀과 즐겁고 행복한 작업을 했다”면서도 “한국에서 활동을 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유학을 할 생각이다. 한 배우가 성장하는데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성장하는데 외적으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공부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영만 화백의 1985년 작품 ‘제 7구단’을 원작으로 했다. 17일 개봉한다. 18일 중국 전역에서 5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소개된 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베트남, 필리핀, 몽골, 인도, 중동 지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잇따라 개봉할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