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 비즈킷의 이번 공연은 2009년 'ETP Fest'와 단독 공연 이후 세 번째 내한이다. 림프 비즈킷은 콘(Korn)이 발굴한 밴드로, 90년대의 헤비메탈이 하드코어와 힙합 같은 동시대의 음악과 결합하며 선보인 뉴 메탈(Nu Metal)의 초기 밴드다.
이하 림프비즈킷과 전화 인터뷰 전문
▲ 메탈리카(Metallica), 뮤즈(Muse), 이기 앤드 더 스투지스(Iggy and The Stooges), 라이즈 어게인스트(Rise Against) 등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시티브레이크 라인업이 화려하다. 이번 시티브레이크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이 아니라, 팬의 입장에서 볼 때 누구의 공연이 가장 흥미로울 것 같은가?
- 스케쥴이 허락한다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다양한 밴드의 공연을 보고 싶다.. 이번 시티브레이크 라인업은 정말 대단하다. 사실 이런 라인업을 구성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다. 이런 굉장한 밴드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밴드로서 이번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라이브 뮤직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뮤지션들과 한국 관객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자유롭게 보며 즐기고 싶다.
▲ 데뷔 이후 거의 20년간 전 세계를 돌며 공연했고 한국도 지금까지 두 번이나 방문했다. 지난 두 번의 공연에 관한 추억이 있다면 말해달라.
- 지난 내한을 통해 경험한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특히, 공연장에서 느낀 관객들의 열의와 열정, 함께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뜨거운 에너지, 소름 끼칠 만큼 대단했던 떼창, 월드컵 응원, 객석 중간중간 보이던 태극기 등을 매우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번 시티브레이크 공연 제의를 받았을 땐 (마지막 내한 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여서 조금 놀랐지만 매우 반가웠고 기뻤다. 그 동안 그리워했던 한국을 비롯해 다른 아시아 지역을 다시 방문하게 되어 매우 기대된다. 한국과 같이 우리 음악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팬들이 있는 곳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짜릿하고 흥분되는 일이다.
▲ 한국을 방문하는 록 밴드가 공연 외 시간에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즐겼는지에 관한 뒷얘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림프 비즈킷은 어떤가? 좋아하는 한국음식이나 특별했던 경험이 있었나?
- 공연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늘 빠듯한 일정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도심 속에 있는 호텔주변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 곳에서 본 출퇴근 시간 차들로 꽉 막힌 한국 도로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또 한가지는 길거리에서 너무나 많이 보이던 던킨 도너츠 매장.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많은 던킨 도너츠, 스타벅스 매장에 정말 깜짝 놀랐다. 아, 한번은 블랙마켓에 가서 가짜 롤렉스 시계를 구매하기도 했었다. (웃음)
▲ 이번 시티브레이크 참여 전후로 시간이 있다면 한국에서 특별히 경험하고 싶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
- 한국음식을 제대로 먹어보거나, 한국의 전통 건축물들을 구경하고 싶다. 아름다운 한국 여성분들과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웃음) 한국처럼 오랜 역사와 문화가 존재하는 곳을 방문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오랜 한국 친구들을 만나고 또 새로운 한국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 데뷔 이후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음악을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 열정이다(“Simply, it’s passion.”). 1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우리들은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와 열망이 있다. 아마도 우리에게 음악만큼 삶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열정과 희열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림프 비즈킷이 도달한 이 지점에서는 더 이상 돈이나 대중의 인기가 음악을 계속하는데 이유가 되지 못한다. 오랜 시간 음악을 해왔지만 지금도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는 게 바로 음악이고, 이것을 계속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는 순간 림프 비즈킷도 미련 없이 멈출 것이다.
▲ 다른 밴드와 차별화되는 림프 비즈킷만의 독특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림프 비즈킷의 시그니처 사운드라고 생각하는 곡이 있다면 말해달라.
- 네 명의 전혀 다른 사람들이 스튜디오에 모여 무아지경으로 연주하던 그 음악이 바로 ‘림프 비즈킷 사운드’가 되어버렸고, 우리 음악에서 사람들이 그런 자유롭고 거짓 없는 사운드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림프 비즈킷적인 사운드가 가장 잘 나타난 곡을 고르라면 아마 ‘Take A Look Around’인 것 같다. 이 곡은 세상 속에서 우리를 둘러싼 부정적인 존재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결국 삶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노래한다.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부정적인 것에만 주목하고 반응하는지, 또 그로 인해 사물과 이치에 대해 얼마큼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다양한 메시지가 두루 들어가 있는 이 곡은 헤비록적인 요소와 urban sound가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어 가장 림프 비즈킷적인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 림프 비즈킷을 기다리는 한국 팬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 퍼포먼스가 있나? 그리고 한국 팬들이 공연 중에 림프 비즈킷을 위해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 우리의 공연을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긍정적이면서도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겨줬으면 좋겠다. 8월17일까지 가능한 많은 에너지를 모아서 공연장에 모두 쏟아 부으면 될 것 같다. 화끈하고 열정적이었던 지난 한국 공연들보다 더 기억에 남을 만한 최고의 록 공연을 기대한다! (“Greatest Rock Show Ever!”)
▲ 앨범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앨범 작업에서 멤버 각각이 담당하는 파트나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 솔직함과 진정성(Honesty and sincerity)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음 녹음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 사이에서도 뭔가 서로간의 호흡이 무르익는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이 시점을 지나 우리 스스로를 음악 그 자체에 놓아버리고 더 높은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완전한 인내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앨범 작업은 매우 유기적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데, 멤버 모두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 영감을 나누면서 작업해나간다.
▲ 밴드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멤버 웨스 볼랜드가 인상적이다. 항상 이 독특한 페이스페인팅과 바디페인팅을 유지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처음에는 투어 이동시간에 찾아오는 무료함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림프 비즈킷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발전했다. 웨스가 매번 놀랄 만큼 위협적이고 멋진 의상과 메이크업을 어떻게 고안해내는지 우리들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단 한번도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웃음)
▲ 'Faith'가 수록된 데뷔 앨범 "Three Dollar Bill Y'all"과 'Nookie'가 수록된 2집 "Significant Other"의 연속적인 성공으로 인해 뉴 메탈은 대중적인 음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림프 비즈킷은 콘과 더불어 이 장르를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공을 예상했는가? 그리고 이러한 성공의 원인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뉴 메탈 장르만의 매력있다면?
- 이 같은 성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음악에 대한 우리의 맹목적인 열정 말고는 당시 우리가 시도하고 만들었던 ‘그 무언가’가 그토록 큰 성공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초기 밴드활동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줄 수 있는 공연의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으니까. 첫 공연에 찾아와준 30여명의 친구들이 어느새 몇 십 명, 몇 백 명의 관객으로 늘어났고, 얼마 후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최고의 음악 페스티벌에서 오늘날까지 우리를 초대한다거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뮤직씬에서 우리 같은 밴드를 찾을 수 없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멤버들끼리 가끔 “이 모든 게 정말 진짠가?”하고 서로 물어볼 때도 있다. 마치 누군가가 던진 말도 안 되는 농담처럼 우리가 이룬 성공이 지금도 쉽게 믿겨지지 않는다.
처음 뉴 메탈이라는 장르를 알고 밴드의 음악적 방향을 선정한 것은 아니다.. 멤버들 중 그 누구도 뉴메탈을 일부러 찾아 듣거나 특별히 선호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 네 명이 스튜디오에 모여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 탄생한 사운드가 바로 여러분이 알고 있는 림프 비즈킷의 사운드였고, 거기에 어떤 논리를 들어 왜 그러한 사운드가 탄생되었는지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당시 활동하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콘(Korn), 데프톤즈(Deftones)같은 밴드들이 뭔가 새로운 사운드를 제시하긴 했지만 우리 스스로가 그와 비슷한 사운드를 내려고 일부러 의식하고 노력했던 것은 아니었다. 밴드활동을 하면서 우리도 음악적인 변화에 대해 고민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림프 비즈킷이라는 밴드만이 낼 수 있는 고유의 사운드, 우리가 초기에 창조한 바로 그 사운드로 돌아오게 됐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솔로활동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밴드로서는 우리가 처음 ‘뽑아낸’ 림프 비즈킷 스타일을 고수하게 되는 것 같다.
▲ 최근 릴 웨인(Lil Wayne)과 함께 "Ready To Go"를 발표했고, 조만간 일곱 번째 앨범 "Stampede of the Disco Elephants"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고 있다. 차기 앨범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 릴 웨인과의 만남은 정말 굉장한 일이다. 릴 웨인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뮤지션이고, 대중들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헤비 록 뮤직과 그 문화에 대해 깜짝 놀랄만한 애착을 가진 친구다. 그가 이끌고 있는 레이블인 캐쉬 머니(Cash Money)에 합류하면서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뛰어넘어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만족스럽다. 앞으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림프 비즈킷의 음악을 그 어떤 경계나 제한 없이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새 앨범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애초에 계획했었던 올해 늦여름 무렵 발매 계획을 좀 더 연기해 내년 초에 EP형식으로 먼저 공개하게 될 것 같다.
▲ 솔직히 림프 비즈킷을 생각하면 빠지지 않고 떠오르는 것이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디스 열전’이다. 당신에게 ‘디스’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혹은 왜 디스를 하는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 과거에는 그러한 공격에 보다 감정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지금은 우리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음악을 하는 것에 있어서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인지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된 데 따른 것이다. 뮤지션들도 인간이기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내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로부터 과연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지금은 이런 것들에 개의치 않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