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방송관계자에 따르면 MBC ‘오로라 공주’에 노다지 역으로 출연 중인 백옥담은 해당 드라마의 임성한 작가 조카다. 정확히 임성한 작가의 친 오빠 딸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옥담은 지난 2007년 임성한 작가의 '아현동 마님'으로 데뷔해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까지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만 출연했다. 비중이 매우 작았던 JTBC '신드롬'를 제외하면 말이다.
기실 임성한 작가의 친척이라는 사실 자체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 헌법에 배우가 되기 위해 집안에 유명 작가가 있으면 안된다는 강제 조항은 없다. 설령 작가의 힘으로 작품에 투입됐다고 해도 강노 높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유명 배우가 소속된 기획사에서 신인 배우를 작품에 ‘끼워 팔기’ 하는 캐스팅 관행보다 더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오로라 공주’에서 백옥담은 김정도를 놓고 동성 연인 송원근과 삼각관계를 이뤘다. 최근 방송에서 백옥담과 김정도 쪽으로 러브라인이 기울며 송원근은 최종 하차하게 됐다. 이 역시 크게 비난할 문제는 아니다. 등장인물 간 삼각관계를 이루다 한 쪽이 퇴장하는 것도 드라마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누구를 응원하느냐에 따라 이 같은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마음에 들 수도 있다. 순수한 작가의 권한이다.
논란이 된 것은 극 중 백옥담의 역할 비중에 따라 다른 배우가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나타샤로 출연한 송원근이 하차하게 된 것이 백옥담의 출연분량을 늘리기 위함이 아니냐는 것.
이는 지난 두 달 반 동안 ‘오로라 공주’를 떠난 총 9명의 배우들의 하차 배경과 맞물려 의구심을 더한다. 드라마의 핵심인물이었던 오로라의 세 오빠,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의 하차는 개연성과 설득력이 전혀 없어 보였고, 세 사람의 하차로 인해 따라 작품을 떠나게 된 3형제의 아내 이상숙, 이아현, 이현경은 억울할 지경이다. 손창민의 불륜녀 신주아 역시 마찬가지. 이들 배우 중 일부는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받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잘 다니던 회사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다.
작가에게는 스토리와 대사를 자신의 상상력대로 창작할 권리가 분명 있다. 하지만 그 같은 권리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스태프와 배우들이 준 것이지, 작가가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특히 한 명의 작가가 아니라 작가의 수십 수백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 드라마에서는 더하다. 작가의 일방적 주장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 ‘절대 갑’(甲)의 횡포일 뿐이다.
백옥담을 둘러싼 온라인상 논란이 증폭된 것도 이 지점에 있다. 과연 이 드라마가 시청자를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 개인의 욕구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하기 시작한 것. ‘오로라 공주’ 시청자들에게는 ‘그래도 드라마만 재미있으면 되는’ 문제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