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남규리 “사랑과 이별 다 해봤다…치명적 멜로 욕심”

[MBN스타 유명준 기자] 드라마 ‘무정도시’에서 윤수민 역을 끝낸 남규리는 아직까지 ‘무정도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성그룹 씨야를 탈퇴하고 연기자의 길을 걷는다고 했을 때, 주위 시선은 따가웠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개 가수를 관두고 연기자를 선택한 이들에게는, 애초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사람보다 평가하는 잣대가 더 냉정했기 때문이다. 남규리는 그냥 묵묵히 걸었다. 비판에 대한 당연함도 받아들였다. 그리고 어느새 30살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남규리는 ‘연기’를 알게 됐다.
“(30살을 앞둔) 지금이 좋아요 뭔가 확실히 알아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막연하게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죠. 어떤 기준들이 나이가 들면서 명확해진 거죠. 예전에는 어리니까 우유부단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변화할 때 변화하고 냉정할 때 냉정해져요. 좋은 말로 하면 철이 든 것이고, 나쁜 말로 하면 아주 순수한 모습이 조금은 잃어가는 것 같아요. 뭐 그렇다고 영악해지는 건 아니에요.”

사진=MBN스타 이선화 기자

‘무정도시’를 보다가 놀란 것인 남규리라는 배우가 어느새 나이가 들면서, 또 하나 하나 작품을 하면서 커가는구나라는 점이었다. 비교를 하자면 전에는 캐주얼이 잘 어울렸다면, 이제는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의도한 것도 있어요. 회상장면을 찍을 때 ‘49일’의 초롱이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그런 (어린)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하면 초롱이와 지금의 캐릭터를 혼동스러워 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연기에 톤다운을 하고 자유롭지 않게 선을 두고 연기했죠. 절 아직도 초롱이로 보시는 분들이 있고, 저도 평상시의 모습에 조금은 남아있어요. ‘무정도시’보다는 그 모습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고요. 그래서 깨고 싶었고, 조금은 나이가 있게, 덜 발랄하게 연기했죠.”
남규리의 연기에 대한 평가가 실상 ‘무정도시’에서도 순탄치는 않았다. 전체적인 맥락도 자연스럽지 않았고, 그 안에서 남규리는 드라마 초반에 어색함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호평이 이어졌고, ‘발전했다’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솔직히 많이 아쉽죠. 캐릭터의 개연성에 있어서 제 연기 외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죠. 원래 밝고 무서울 것이 없는 친구인데, 그런 것이 표현이 잘 안되었어요. 사실 제가 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제가 어떤 아이인지를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의 극 초반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가 이해가 되요. 물론 아마 제가 베테랑 배우였다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었고, 4회부터 나왔더라도 시청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었을 거예요. 또 신뢰가 있는 배우라면 그런 논란이 없었을 테죠. 멜로라인의 경우에도 잘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중점이 아니다보니까 공감을 얻지 못한 것도 사실이죠. 치명적인 멜로에 대한 욕심이 많죠. 사랑도 해봤고, 이별도 해봤고. 제가 가진 감정이 수두룩한데, 그런 것을 다 표현 못해 아쉬워요.”
멜로에 대한 아쉬움은 극 중 종종 보인다. 정경호와 호흡을 맞추는데 있어서도, 다소 뜬금없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어쩌다 지나치다 만난 연인들의 행동치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기승전결을 좋아하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거북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작가님이랑 상의를 많이 했다. 그랬더니 사람이 3초 만에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바로 스킨십도 가능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맞는 말이에요. 운명적인 사랑. 그런데 그게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은 것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요.”

사진=MBN스타 이선화 기자

아쉬운 것은 극 중 남규리가 경찰로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거친 액션 장면 등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언더커버로서 활약하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의 제한이 있긴 하지만, 남규리도 자기 나름대로 준비하고, 열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 친구가 언더커버가 된 황당한 세상에 살아가는 이유가 언니를 위한 복수고, 시연과의 사랑도 좋지만,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니 작가님께 일을 시켜달라고 했어요. 두들겨 맞든, 액션을 하든. 그러면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을까 생각했죠. 저를 괴롭혀 달라고 주문했죠. 극에서 진숙 언니가 ‘내 뒤를 이를 사람이 너야’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럴만한 일은 한 것도 없잖아요. 술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아니고요. 화류계에 있는 느낌들이 전혀 없었고, 꽃단장하고 언니가 누구랑 통화하는지 눈치는 보는 정도죠. 저의 캐릭터가 많이 설득력을 잃었어요.”
‘무정도시’는 주연을 맡은 남규리와 정경호 외에 주변 배우들이 탄탄하다. 손창민, 김유미, 최무성, 고나은, 김병욱 등 연기색깔이 뚜렷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가끔 보기 불편한 드라마들은 주연을 맡은 어린 배우들과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조연급 배우들이 충돌이 나는 경우가 있다. 서로 녹아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것에 비해서는 ‘무정도시’는 그런 충돌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려웠죠. 그러나 앞서 찍은 ‘인생이 아름다워’도 만만치 않은 현장이었고, 제가 워낙 어른들을 좋아해요. 이번 작품하면서도 선배들이나 경호 오빠 등과 한번도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안 좋은 말이 나온 적이 없어요. 오히려 격려하고 너무 힘을 많이 주셨어요. 첫 주연의 부담감과 수민이 캐릭터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고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야 할 때 도움들을 주셨어요. 경력들도 대단하죠. 경호 오빠도 14년, 유미 언니는 16년이고 다른 분들은 다 20년 전후인데, 저 혼자 4년 정도죠. 그 이야기 듣고 ‘그냥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남규리의 말대로 수민의 감정폭은 굉장히 복잡하다. 발랄한 캐릭터를 소화하다가도 언더커버로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또 대하는 사람마도 감정을 달리 해야 했다. 자칫하면 감정선을 놓칠 수도 있다.
“쉽지 않았죠. 일례로 언더커버로서 출소를 하는 장면부터 감독님이 한분 더 투입이 되었는데, 그 분은 엄청난 신들을 짧은 대화만 하고 찍었어요. 신만 찍는 것이 아니고, 수민이 할 때는 머리 묶었다가, 언더버커할 때는 메이크업을 했는데, 이게 5분 만에 이뤄지는 거예요. ‘원샷원킬’이죠. 이때 정말 굉장히 혼란스러웠죠. 그런데 여기에 수민이의 감정을 넣으려고 하니, 더 복잡했어요. 이런 경우도 있었죠. 주사 맞는 신이 있는데, 7시간을 찍은 장면이에요.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가 촬영하니, 저도 이런 저런 연기를 했죠. 그런데 화면에서는 ‘이거 맞혀줄게 찍’ 끝이에요. 허탈했죠.”
앞서도 한번 거론했지만, 이제 곧 30살. 배우로서는 뭔가 알듯한 나이면서도 아직은 더 배워야 하는 나이다. 그 경계선에서 어떻게 뛰어오르냐에 따라 배우들의 생명선이 좌지우지된다. 남규리는 이제는 성숙한 연기를 꿈꾼다.

사진=MBN스타 이선화 기자

“수민이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연기를 하고 싶죠. 수민이가 22살인데, 그것보다는 나이가 많은 상황에서 멜로도 찍어보고 싶어죠. 아니면 아주 굉장히 독특한 캐릭털르 하고 싶어요. 물론 그런 역할은 성격파 배우들에게 많이 가더라고요. 아직은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힘들 것 같은데,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천천히 배우면서 가야죠.”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