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불의 여신 정이’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큰 줄기는 좋은데 항상 세세한 부분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거예요.”
지난 3일 방송된 MBC ‘불의 여신 정이’에서 기적적으로 눈을 고친 정이(문근영 분)가 광해(이상윤 분)를 도와 백성들의 배앓이 문제를 해결하고 광해를 돕기 위해 다시 분원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그려졌다.
집단 배앓이의 원인이 더러운 나무 그릇 때문인 것을 알게 된 광해는 이를 선조(정보석 분)에게 알린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왕의 사기를 만드는 분원에 백성들을 위한 막그릇을 만들 것을 명령한다.
평생 왕족들을 위한 사기만을 만들어왔던 사기장들은 막사발을 만들라는 광해의 말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고,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마 폭파 사고 이후 잠시 분원을 떠났던 정이를 불러 들인다.
사진=불의 여신 정이 캡처 |
‘불의 여신 정이’의 시간은 참으로 바쁘게 흘러간다. 여타 드라마라면 2회분에 걸쳐서 나갈 내용도 ‘불의 여신 정이’만큼은 한 회에 꾹꾹 눌러 담아 쉴 틈 없이 풀어낸다. 도성 전체에 발발한 전염병의 원인을 알아내는 과정부터 시작해 이를 해결하는 과정, 정이가 강천(전광렬 분)이 자신의 아버지 을담(이원종 분)을 죽인 범인임을 알고 복수심을 불태우는 모습까지. 중간에 숱한 갈등과 방해가 등장함에도 ‘불의 여신 정이’는 이러한 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거침없이 극을 전개해 나간다.
이러한 ‘불의 여신 정이’의 빠른 전개는 쓸데없이 발생할 수 있는 군더더기를 버리며 극에 몰입도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종종 극에 필요한 세세한 디테일을 놓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죽하면 “어제 구멍이 너무 커서 그냥 오늘의 구멍은 용서가 될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극중 연정이 갑작스럽게 외친 연옥(최지나 분)의 정체는 바로 정이의 친모로,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이미 죽은 정이의 아버지 을담 외에는 전무하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이날 연정은 회상 신도, 둘 사이 관계 설명도 없이 어머니와 닮은꼴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정이를 향해 그녀의 친모의 이름을 불렀다. 설사 연옥과 정이의 모습이 닮았다고 치더라도 이날 “연옥언니” 장면은 전체적인 맥락과 따로 놀 듯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분명 시작당시 신성대군의 호위무사 신분이었던 태도(김범 분)은 어느새 자신이 붙어 다니던 광해의 호의무사가 돼버린 것이다. 또한 처음 막사발을 만들라는 선조의 어명을 거역할 정도로 적의를 드러낸 분원 사기장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정이를 도와 막사발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생략되다보니 시청자들로서는 의아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불의 여신 정이’는 유정이 남존여비 사상이 극심했던 조선시대 여성의 신분으로서 최고의 사기장이 된다는 큰 줄기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나가고 있다. 이처럼 세세한 디테일을 살리지 못하는 전개는 극에 대한 설득력을 떨어뜨리며, 배우들의 호연이 무색할 정도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초반 10%를 가볍게 넘기며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고수했던 ‘불의 여신 정이’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