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1998년 오스트리아에서 너무도 끔찍한 유괴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10살이던 한 꼬마는 등굣길에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납치되어 3096일 즉, 8년 동안 납치 감금 됐다. 사건의 주인공은 나타샤 캄푸쉬. 경찰의 수사에도 나타샤 캄푸쉬에 대한 사건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8년 후 기적처럼 나타샤 캄푸쉬는 탈출에 성공,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나타샤 캄푸쉬가 멀쩡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것도 놀랄만한데 18살 소녀로 성장한 그녀는 대중과 사회에 경각심을 울리기 바란다며 자신이 납치 감금됐을 당시의 모든 경험을 자서전으로 발간했다. 또 이를 영화화하는 것에 동참해 극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여왔다.
영화는 납치사건 실제 주인공의 자전 에세이 ‘3096일’을 원작으로 한다. 당시의 끔찍한 사건을 너무도 섬세하게 스크린에 담아 강한 경각심과 고통스러웠을 나타샤 캄푸쉬의 3096일을 느끼게끔 한다. 나타샤 캄푸쉬와 납치범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나타샤 캄푸쉬 역은 안토니아 캠벨 휴즈는 공포에 질린 표정부터 분노, 광기, 체념 등의 다양한 감정을 오가며 한마디로 미친 연기력을 폭발시킨다. 삭발장면도 덤덤하게 촬영하며 맡은 배역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납치범 역의 투레 린드하르트 역시 소름끼치는 납치범 역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미움을 받고 있다.
‘3096일’은 단지 나타샤 캄푸쉬의 납치 감금모습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학대받는 여성을 향해 건네는 위로와 공감의 시선이 담겨있어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이유도 모른 채 납치 감금된 나타샤 캄푸쉬는 납치와 동시에 오직 복종과 사육으로 길들여진다.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좁은 1.5평의 어두운 지하에 몸을 맡긴 채 사람이 아닌 남치범의 애완동물처럼 하루하루를 버틴다. 간혹 납치범으로부터 탈출할 기회가 생겨도 탈출시도는커녕 오히려 “나에게 복종해”라는 남치범의 말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해 안타까움을 안긴다.
기회를 단번에 날려버린 나타샤 캄푸쉬의 모습을 통해 복종과 사육의 힘이란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알린다. 그녀 또한 납치범의 소유물로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아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움과 인간의 끝을 모르는 잔인함과 함께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그러나 탈출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면서 나타샤 캄푸쉬는 전과달리 감정도 자주 표현하는 것은 물론, 납치범에게 화를 내기도해 묘한 통쾌함을 안긴다. 통쾌함과 뿌듯함을 느끼는 정점은 나타샤 캄푸쉬가 납치범이 한눈을 판 사이 살짝 열린 문으로 탈출할 때다. 박수와 탄성이 절로 나오며 안도감을 안겨 불편했던 감정을 단번에 녹인다.
나타샤 캄푸쉬의 실제 납치 감금을 그린 ‘3096일’이 9월 26일 관객을 만난다. 사진=3096일 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